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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온도 Dec 20. 2023

방과 후 수업. 이걸 해 말아?


입학하고 한 달쯤 되었을까. 아이가 한 뭉치의 서류를 들고 왔다. 방과 후 수업 신청안내와 수업내용에 대한 서류였다. 방과 후가 뭔지 돌봄이 뭔지 아직 뒤죽박죽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서류를 꼼꼼히 정독했다.


방과 후 수업은 무용, 마술, 방송댄스, 주산, 바둑, 요리, 영화회화, 컴퓨터, 코딩 등등 정말 많은 종류의 수업이 있었다. 다른 학교들도 물어보니 종류는 좀 다르지만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학원 수업과 겹치지 않는 요일에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봤더니 무용, 마술, 토탈공예를 하고 싶단다. 학원보다는 훨씬 저렴한 수업비에 학교에서 수업하니 이동이 안전하기에 아이가 원하는 과목을 신청해 줬다. 물론 수업의 퀄리티나 구성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미지수였지만.




방과 후 수업 신청기간 경쟁률을 보니 어떤 수업은 정원을 훌쩍 넘었고, 간혹 미달인 수업도 있었다. 우리 학교는 컴퓨터로 자동추첨되어서 마감시간 땡 하면 당첨, 대기번호, 탈락으로 바로 결과가 나왔다.(선착순으로 뽑는 학교도 있었다) 우리 아이는 마술, 토탈공예가 당첨되었고 무용은 떨어졌다.


방과 후 수업을 다녀온 날 아이에게 어땠는지 물어보니 너무 재밌다고 했다. 특히 마술은 처음 배우는 것이다 보니 신기해했고, 마술 도구들을 받아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느라 즐거워했다. 토탈공예도 퀄리티 높은 다양한 만들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아이의 취향 저격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니 나도 방과 후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보니 ‘굳이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돌봄을 하고 있다 보니, 돌봄에서도 외부강사가 나와서 다양한 수업을 해주는데 그 시간과 방과 후 수업 시간이 겹쳐서 돌봄 수업은 거의 듣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돌봄에서 마술, 무용, 방송댄스, 로봇코딩 같은 수업들을 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특별히 원하는 수업이 있다면 몇 가지 선택해서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돌봄을 신청한 아이라면 돌봄에서 진행되는 수업들을 살펴보고 잘 골라서 신청하면 좋을 것 같다.


돌봄을 안 하는 친구들은 방과 후 수업으로 엄마들이 많이 도움을 받기도 한다. 1학년은 하교시간이 워낙 빨라서 스케줄 짜느라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이 많은데,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해서 하교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으니 감사한 제도였다. 특히나 일반학원에서 다루지 않는 다양한 수업들도 많아서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했고, 새로운 분야를 쉽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라 좋았다.




우리 아이는 일 년간 다양한 방과 후 수업을 들었다. 분기당 1-2개의 강의만 선택하게 했지만 스스로 고르니 더 만족했던 것 같다. 요즘은 방과 후 수업으로 한국무용을 하고 있는데 넓게 퍼지는 치마덕에 아주 행복해하고 있다. 일 년을 돌아보면 돌봄과 방과 후 수업 덕에 무탈하게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들의 한 보따리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준 것만으로도 방과 후 수업은 제 몫을 다한 것이 아닐까.


혼자 아이를 키우기는 힘들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 사람들과 여러 제도들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 키우면 키울수록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앞으로도 아이를 키우며 순간순간 어려움이 있겠지만 서로 돕고 베풀며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나기를 소망해 본다.




*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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