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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온도 Dec 06. 2023

학교에서의 먹고 싸는 문제


지이이잉,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불길하다.


어머니 OO가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요.


배가 아프다니!! 급하게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하교를 부탁하고, 나도 부랴부랴 반차를 쓰고 아이에게 달려갔다. 집에 갔더니 편안한 표정의 아이. 배가 아픈 건 그냥 똥을 참았을 뿐이었던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뛰어가서 시원하게 볼일보고 멀쩡해진 아이. 왜 그랬냐니까 학교에서 똥 싸기도 싫고, 자기가 똥 닦는 것도 싫단다. 오 마이갓.




 입학 후 학교에서의 먹고 싸는 문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문제다. 먹는 거는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젓가락 사용과 매운 반찬 먹기이다.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는 따로 포크를 챙겨다니기도 하는데 사실 시간이 지나면 능숙해지는 부분이니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걱정되시는 분들은 미리 젓가락질 연습시키셔도 좋지만 큰일 아니니 서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만 하시길.


 급식메뉴는 1-6학년까지 동일하게 나가는 부분이라 매운 음식이 있을 수 있지만 못 먹는 반찬 빼고 다른 반찬으로 먹으면 되니 괜찮다. 우리 학교 급식을 보면 매운 멸치볶음이 반찬일 때 저학년은 맵지 않은 멸치볶음으로 나올 때도 있었다. 학교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메뉴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맛있는 게 많아서 ‘하루 한 끼는 학교에서 제대로 먹는구나’ 하는 마음에 아주 든든하다. (요리 잘 못하는 엄마의 마음)




 먹는 것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싸는 문제. 아이에게 입학 전 똥 닦는 연습을 열심히 시켰지만 자기 손에 똥 묻을까 봐 싫다는 아이 때문에 여전히 고민 중이다.

아니 그럼 엄마 손에 니 똥 묻는 건 괜찮냐!!!

그냥 대충 닦아도 되니, 어떻게든 하라고 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별로 똥 싸고 싶지 않은 아이. 그래도 한번 참다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어찌저찌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아이는 똥 닦는 문제였지만 화장실 문제는 의외로 다양하다. 1학년 아이들이 화장실을 쓰다 보니 금방 더러워져서 (아이말에 따르면 애들이 변기에 오줌 흘리고 휴지 제대로 못 버려서 바닥에 버리고, 휴지를 변기에 너무 많이 넣어서 변기 고장 나고 난리라 함)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다고 참는 아이도 있고, 변기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무서워서 화장실 못 가겠다는 아이도 있다. 아무래도 집 화장실이 아니라 공공화장실이다 보니 물 내리는 소리가 크긴 한가보다.


그래도 1학기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차츰 적응하고 나름의 방법을 찾는다. 화장실 사용도 좀 더 깨끗하게 하고, 더러우면 스스로 변기를 휴지로 닦고 쓰기도 한다. 그리고 물 내리는 소리가 무서운 아이들은 친구랑 같이 화장실에 가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하고, 학교에서 응가를 할 수 있는 용기도 점차 생기는 것 같다.


 물론 1학기 때 자잘하게 실수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오줌 참다가 교실에서 실수해서 집에 오거나 똥 싼 후 뒤처리 미흡으로 집에 가야 하거나) 그런 일로 학교에서 호출당하더라도 당황하지 마시고 의연하게 아이와 손 꼭 잡고 집에 돌아오시길.




우리 아이의 일 년을 돌아보면 정말 많이 크고, 쑥쑥 성장한 것 같다. 학교에서 하루하루 새롭게 배우고, 열심히 적응해 나가는 아이들. 먹고 싸는 문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레 잘 적응해 나가니 아이들을 믿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면 될 것 같다. 모두 입학해서 잘 먹고 잘 싸고 즐겁게 학교생활하기를!





*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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