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였던 우리 집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가득했다. 유치원보다 훨씬 빨라진 하교시간. 내가 퇴근해서 아이를 데리러 갈 때까지 아이의 일정을 짜느라 머리를 싸매었다. 다행히 내가 일이 일찍 끝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1학년의 하교시간을 맞추기에는 택도 없었다.
돌봄 교실을 신청하려고 주변에 알아보니, 의외로 아이를 돌봄에 보내는 분들이 별로 없었다. 맞벌이더라도 초1 시기에 맞춰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고, 무리해서라도 조부모님께 맡기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선배맘들에게 물어봐도 굳이 추천하지는 않는 분위기.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보내는 것 같은 주변 환경에 왠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학교 홈페이지와 맘카페를 불안한 마음에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자세한 후기는 찾지 못했다.
그리하여 맞이한 예비소집일. 학교에서 입학안내서류들과 돌봄 신청서를 줬다. 돌봄 신청서는 일주일정도의 기한을 주고 그 안에 신청해야 했다. 다른 방법은 없었기에 바로 돌봄을 신청했다. 막상 신청하고 나니 떨어질까 봐 걱정돼서 마음을 졸였다. 알고 보니 1학년을 우선적으로 뽑아서 보통 1학년이 돌봄을 떨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했다.(우리 동네 주변 학교는 다 이렇게 뽑았지만 학교마다 다를 수도 있다) 그렇게 입학과 함께 아이의 돌봄 교실 생활도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방과 후 수업을 많이 신청했다. 또 일찍 데려올 수 있는 날에는 돌봄을 안 가고 바로 하교시키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
돌봄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일단 밥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프다는 아이들에게 매일 간식이 나오고(물론 간식비는 내야 함), 돌봄 프로그램이 알차게 되어있었다. 굳이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하지 않아도 돌봄 교실에 외부강사가 와서 창의미술, 창의음악, 보드게임, 역사인물, 독서논술, 종이접기 같은 수업을 50분씩 해주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계산박사,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돌봄 선생님께서 해주셨다. 다 푼 연산문제집을 아이가 집에 가져왔을 때 정말 감격했다.
아.. 돌봄 진짜 좋다!!!
돌봄 선생님은 진짜 바쁘시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스케줄대로 연계해 주시고, 무슨 일 있으면 일일이 연락하시고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하시는지 감탄뿐이다. 게다가 방학 때도 돌봄이 있으니(방학중에는 돌봄도 일주일정도 방학이 있긴 하다) 너무 감사하다. 돌봄이 좋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된 이후로 2학년 때 돌봄이 떨어질까 봐 두려운 마음뿐이다.
물론 늦은 시간까지 돌봄 교실에 있는 친구들은 너무 긴 시간이다 보니 지루할 수 있다.(우리는 4시 40분 하교가 2반, 7시 하교가 1반 있다) 그래도 안전한 곳에서 선생님이 돌봐주시니 정말 방법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다 함께 돌봄 센터’도 방과 후에 아이를 돌봐주는 곳인데 만족도가 높았다. 프로그램도 좋고, 생일파티도 하고 견학을 가는 곳도 있었다. 집 가까운 곳에 있다면 선택지 중에 넣어서 같이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한가득일 맞벌이 부모님들. 그래도 돌봄 교실이 있으니 조금 힘내봐요! 아이의 입학은 큰 변화의 시기지만 그래도 돌봄 교실 덕에 저는 큰 짐을 덜었었답니다. 우리의 걱정보다 아이들은 늘 잘 해내더라고요. 아이들에게도, 마음 무거울 맞벌이 부모님들께도 마음 담아 응원을 보냅니다.
* 사진출처: 내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