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한테 관심도 많고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아이 친구 엄마’라는 타이틀은 쉽지 않다. 말 한마디를 하려 해도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머뭇거려진다.
이렇게 어려운 관계라니!
처음부터 아이 친구 엄마가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다. 조리원 동기로 만난 처음 겪는 ‘아이 친구 엄마’는 육아라는 전쟁(?)을 함께 이겨낸 사이라서 그런지 끈끈한 무언가가 존재했다. 서로의 아이가 커가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기에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으로 다 이해가 되고 한 명 한 명이 애틋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만난 ‘아이 친구 엄마’는 조심스러웠다. 내 아이의 서툴거나 부족한 모습에 날카로운 잣대를 가져다 댈 수도 있고, 나와 가치관과 생각이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 분명 그 와중에 나와 결이 비슷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와 내 아이의 관계를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어렵고도 어려운 사이.
아이가 조금 크면 독립적으로 친구들끼리 만나서 놀겠지만 아직 1학년 아이들은 놀이터에서도 친구집에서도 엄마가 1+1인 경우가 많다. 아이 혼자만 내버려 둘 수 없으니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엄마들은 놀이터 한쪽 편에서 이야기 나누는 풍경이 가장 흔하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이 맞는 엄마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면 베스트다. 하지만 억지로 아이 친구 엄마와 친해지기 위해 나를 껴 맞추는 식의 노력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아이 친구 엄마’는 시절인연인 경우가 많으니, 내가 무리하지 않고 즐거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관계 맺는 것이 적절하다.
물론 내 아이를 위해 아이 친구 엄마와 친해져야 하는 순간도 있다. 내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친구랑 놀게 해 주기 위해 아이 친구 엄마에게 연락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순간. 친구를 잘 못 사귀어 관계를 어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아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놀게 해 주기 위해 그 엄마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조금 크면 그런 엄마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나가야 하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은 아직 애매한 나이다. 엄마의 용기로 아이가 조금 더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또 그 안에서 건강하게 관계 맺는 것을 배워나간다면 그런 노력은 찬성이다.
관계는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만남 속에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아이 친구 엄마’ 아니 그걸로 표현되기 부족한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수록 그런 친구는 만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작을 앞둔 많은 엄마들이 그런 인연을 만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그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금방금방 커서 스스로 관계 맺고 그 안에서 잘 자라나 갈 테니, 내가 꼭 아이 친구 엄마와 친해져야 할 필요는 없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각각 좋은 관계들이 있다면 충분하다. 아이도 엄마도 부담은 조금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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