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수세미와 고체 샴푸

내 건강을 위한 친환경

by 지영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관심을 받았던 환경보호 운동이다. 5년 전 미국에서 잠시 생활하며 보았던 미국인들은, 'Fast Fasion' 회사에서 만든 옷을 사서 입고, 싼 물건을 소비하고 금방 망가지면 버리고 다시 새것을 구입해서 쓰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에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사용하는 활동을 벌였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에 따라 금방 사서 입고 버리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 패션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시절, 아이러니하게도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고 '친환경' 제품을 사서 쓰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제는 대나무 몸통을 가진 칫솔,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샴푸 같은 제품을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다.


나는 매일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키보드, 책상 깔개, 의자, 장판, 볼펜, 배달 온 과일용기, 물컵.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자유자재로 형태를 만들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난 플라스틱은,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발견' 중 하나였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그대로 버려지면서, 바다를 오염시키고 바다생물, 그리고 우리의 몸속에 쌓이게 되었다. 없어서는 안 되는 '화학소재'가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환경보호는 우리의 건강보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도 환경과 분리되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간호사인 나도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다. 과대포장을 한 제품은 그 다음번에 구입하지 않는다. 아이와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오 NO' 과자 한 박스를 사서 포장을 모두 벗기고 '쓰레기' 대비 내용물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았다. 슬프지만 포장이 바뀌기 전까지는 '오 NO' 과자를 먹지 않기로 했다. 어디 이 과자뿐이겠는가? 그리고 과자뿐이겠는가?


내가 일주일에 두세 번은 찾는 단골 반찬가게에서도 플라스틱 용기는 필수다. 집에서 쓰는 유리 반찬통을 싸 들고 가서 반찬을 담아 오지는 않으니까. 반찬가게에서도 '카페의 텀블러 할인'처럼 '반찬통 할인'을 하면 어떨는지 상상해 본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환경도 보호하고 내 몸도 보호하고 싶어서 '면 생리대'나 '생리컵'을 사용해 볼까 고민했었다. 생리대를 사흘만 하면 회음부가 따갑고 쓰라린데, 일회용 생리대 재료나 접착제 때문일 거라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몸 안에 무언가를 넣는 게 끔찍해서 생리컵은 패스. 피범벅이 된 빨래를 가방에 싸 들고 다니다가 집에서 빨래까지 할 자신이 없어서 면 생리대도 포기.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다시 시도해 봄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친환경 제품 중 불편이 크지 않은, 아니 오히려 화학물질로 만든 제품보다 편하고 품질과 내구성 모두 좋은 것이 있으니 바로 '진짜 수세미'다. 진짜 수세미를 소금물에 넣고 푹 삶은 후 껍질을 벗겨 만든 '설거지용 수세미'. 수세미의 섬유조직을 설거지할 때 쓰는 것이다. 자연 섬유조직이 플라스틱 섬유보다 더 오래가서 경제적이고 쓰레기도 덜 나온다. 섬유조직의 성근 틈이 있어 세제 거품도 잘 나고, 밥풀이나 음식물 찌꺼기가 잘 빠진다. 설거지가 잘 되고 수세미를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수세미 섬유가 미세하게 뜯겨서 식기에 붙어 있다가 음식물에 딸려 몸속에 들어온다 해도, 플라스틱만큼 해로울 리도 없다.


자연이 주는 것이 이렇게 좋은지, 경험하기 전에 몰랐었다. 투박한 모양새, 누런 색깔, 부들부들해서 약해 보이는 섬유를 보고, 이게 얼마나 버텨줄지, 몇 번 쓰다가 내다 버리고 다시 플라스틱 수세미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의심했었다. 아무리 친환경이 좋아도 불편하면 포기했을 내가, '진짜 수세미' 예찬론자가 되었다.


"엄마, 이거 내가 만든 건데 한 번 써 봐요. 좋대요."

친환경 단체에 '진로체험'을 다녀온 중학생 아들이 신문지에 둘둘 싼 공만 한 물체를 내밀었다. 그건 바로 난생처음 써 보는 '고체 샴푸'였다. 노랑, 초록의 무슨 가루들을 뭉쳐서 만드느라, 마스크를 썼는데도 콧구멍 안까지 가루가 들어와서 고생했단다.


아이의 선물이니 비누받침에 두고 며칠 사용해 봤다. 면 주머니에 넣어 써야 했는데 비누받침에 두다 보니 금방 녹아서 좀 헤프긴 했지만, 기존 샴푸보다 사용감이 좋고 두피나 머리카락이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서 쟁여 놓았던 샴푸를 다 쓰고 나면 고체 샴푸로 갈아탈 예정이다. 플라스틱 용기가 나오지 않으니 분리수거도 덜 힘들 테고, 미세한 플라스틱에 노출될 위험도 조금은 낮아질 거다.


친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내 삶의 편리를 너무 해친다면 선택하기 쉽지 않다. 내 몸에 좋고 환경에도 좋으면서, 편리하고 실용적인 제품이 많이 개발되고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보다도, 신물질, 신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지 오랜 기간 검증하고 신중하게 세상에 내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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