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문장 소설 쓰기 3
우리는, 여름 한낮에 50도를 넘나들고 37미터의 구름으로 빼곡히 뒤덮여 엄청난 폭우와 폭설이 반복되는 죽음의 땅, 지구를 떠났지. 우주선에는 질병과 기근에 시달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마지막 인류 57명이 타고 있었고, 우주에서 생존 가능성을 찾아서 과거의 지구로 돌아가 가족을 구원하겠다는 생각뿐이었어.
그러나 우리가 배워왔던 우주는 실제와 완전히 달랐지. 우리는 우주공간의 전리방사선, 유해 전자기파와 광선을 차단하는 시스템 안에 있었지만, 우주를 떠돈 지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하나, 둘 유전자 변이로 아프기 시작했어. 다행히 여분 장기를 넉넉히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장 난 장기를 바꿔가면서 우주 정보를 수집했지.
그렇게 500년쯤 흘렀고 우리는 끝내 희망을 찾지 못했어. 새 장기는 충분했지만 이렇게 더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털이 다 빠져서 민둥하고 쪼그라든 피부,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는 사지와 굽은 등, 흰 자위가 하나도 남지 않은 검은 눈알을 가진 채 과거의 지구로 돌아왔어.
아직은 푸른 잎, 예쁜 꽃과 함께 숨 쉬고, 강아지,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고, 밝게 빛나는 해와 달, 별을 보며 사랑하는 너희들과 손잡고 볼을 비비던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리웠거든. 이제 지구로 돌아가면 우주를 500년이나 떠돌던 우리는 금방 죽겠지. 그래도 딱 한 번만, 너희를 만나고 싶어.
*사진: Unsplash (Stephen Leonar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