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만 부탁할게요.
자신을 해치겠다는 생각을 하고, '편히 죽는 법'을 검색하셨나요? 그렇다면 아래 링크에서 자살위험성 질문지 네 개 문항에 답해 주세요. 저의 첫 번째 부탁은 1분밖에 안 걸린답니다.
https://www.nct.go.kr/distMental/rating/rating02_5.do
편히 죽는 법을 검색하여 제 글을 읽게 되셨다니, 당신이 남긴 검색 기록이, 제게 이 글을 쓰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니 저의 다음 부탁도 꼭 들어주셔야 해요. 크리스마스로 들뜬 연말에, 이런 정보를 찾으셨다니, 도대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행복과 풍요로움을 노래하지만, 실상은 바싹 마른 대지에 매섭게 찬 바람이 부는 요즘, 지난해에 나는 무얼 했는가, 절망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어두침침한 시간이 길어지는 겨울에, 계절성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많답니다.
저는 죽음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임종을 앞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간호사가 되고 처음 일했던 곳에서 암 환자들을 만났고, 자신이 스러져 가는 걸 각자의 방식으로 겪어내고, 어느 날 우리 곁을 떠나는 걸 지켜봤습니다. 의료기술이 이만큼 발달했는데도 죽음을 기껏해야 조금 늦출 뿐이고, 우주에 나갈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는데도 죽음이 다가오는 시간을 1분도 멈추거나 되돌리지 못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을 떠나보낸 이들은 어떤가요. 저야 그분들을 병원에서 잠깐 만날 뿐이었지만, 이후의 삶은 과연, 온전히 치유되고 굳건히 이어질까요. 임종한 분의 가족들이 힘들어하던 모습을 옆에서 봤기에, 이따금 그분들을 걱정하곤 합니다. 소영 작가의 《모퉁이 뜨개방》을 보면,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동생이, 언니의 죽음을 수없이 재경험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가까스로 살아갑니다.
나는, 당신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까요. 누구 하나 없어져도 여의도 빌딩들은 꿈쩍하지도 않을 테고 올림픽대로의 차들은 쌩쌩 달릴 테고 사람들은 출근시간에 환승역에서 경주를 하겠지요. 그러나 아마도 나를 아끼고 나를 알고 내게 심정적으로나마 조금이라도 기대고 동질감을 느끼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나의 부재를 느끼며 새삼 힘들어할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고 부족함이 없이 화려한 일상을 보내는 듯한 사람들도, 각자의 애환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쩌면 외롭고 초라한 내면을 감추기 위해 더 크게 웃고 형형색색으로 치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삶의 무게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존재를 짓누르고,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이, 억척스레 버티는 몸을 집어삼키려 할 때도 있겠지요.
공무원 월급 따박따박 받으며 시부모님이 아이를 맡아 키워주셨는데 뭐 그리 근심이 깊었더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새벽 운전을 하여 출근을 하던 어느 날, 사는 게 너무 고달프게 느껴져 낭떠러지로 돌진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의 병이 물리적, 경제적 조건을 봐 가며 달려들지는 않더군요. 그것 말고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고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로 스쳐가듯 만났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친구의 친구쯤으로, 오랜만에 전해 들은 소식이 그 친구가 자살했다는 것이었어요. 유명한 캠퍼스 커플로 졸업 직후 이른 결혼식을 올리고 잘 살았는데, 남편이 사내에 소문이 날 정도로 후배와 바람을 피웠다네요. 그 친구는 죽을 거라는 메시지를 남편에게 보냈고, 그다음 날 7살짜리 예쁜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답니다.
그에게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번듯한 서울 아파트에, 아이 양육도 시댁에서 발 벗고 도와주시고, 남편도 자신도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며, 주변 사람들의 시샘을 한 몸에 받던 삶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게 다 부질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절망했나 봅니다. 그 사람 심정을 저로서는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왜 피해자 입장인 그 친구가 죽었어야 했나, 같은 여자로서 원통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엄마로서 아이를 생각해서 한 번만 더 망설였다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편히 죽는 법을 검색하는 당신의 마음을 제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래도 한 번만 더 망설여 주세요. 지금까지 당신이 살아왔던 여정에 조금만 더 시간을 허락해 주세요. 그 결정을 조금만 미루고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하세요. 마땅히 전화할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24시간 자살예방 상담전화 (국번없이 1393) 또는 24시간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에서 도움을 받으세요. 이게 저의 두 번째 부탁이에요. 저의 두 가지 부탁을 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만큼 더 용감하게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 사진 출처 : Unsplash (Priscilla Du Pre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