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이 모이면

서서히 그러나 끈질기게 금연하는 법

by 지영민

2023년을 닷새 앞두고 있다. 한 보름 정도는 2023년을 2022년으로 썼다가 두 줄 긋고 고쳐 쓰는 실수를 할 예정이다. 연초마다 그랬던 것처럼. 2023년 새해가 되었을 때 나쁜 버릇을 쓱쓱 지우고 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 초 한 신문사에서 20~50대 남·여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운동, 저축, 다이어트, 공부, 금주와 함께, '새해 결심' 중 하나가 바로 ‘금연'이었다. 새해 결심을 하는 사람 10명 중 1~2명은 담배를 끊자, 이런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성인 중 '평생 담배 5갑(100개비) 이상 피웠고 현재에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은 2001년 61%에서 2020년 34%까지 감소하였다.** 다시 말해, 흡연자 비율은 감소 추세이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사람 3명 가운데 1명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실한 '1급 발암요인'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흡연은 입에서부터 대장까지에 이르는 소화기관, 코부터 폐에 이르는 호흡기관, 여성 생식기관, 신장·비뇨기 등 18가지의 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요인이다. 흡연은 호흡기, 심혈관 질환은 물론이고 ‘암’에 걸리려고 애쓰는 위험 행위라는 것이다.


소음, 미세먼지 같은 일부 유해인자는 저수준이거나 소량일 경우 어느 정도까지는 허용되는데, 흡연에는 ‘안전한 허용 노출 기준’이라는 개념도 없다. 간접흡연에 의해서 조금만 노출되어도 해롭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최대한 노출을 피하는 것을 권한다. 이러한 이유로 건강증진법에서도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흡연자의 40~50%는 가정, 직장, 공공장소에서 간접흡연을 경험하고 있다.**


2009년, 만삭의 임산부였던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2명쯤을 사이에 두고 앞에 서 있는 아저씨의 담배연기를 강제로 '공유'당하며 말이다. ‘그놈’의 뒤통수를 레이저 눈빛으로 뚫어 보려 했지만, 버젓이 임산부를 보고서도 담배를 피울 정도의 철면피를 당할 재간이 없었다. 관상을 보아하니 대놓고 덤볐다가는 한 대 맞을 것 같아, 버스가 올 때까지 미련하게 버텼다. 그런 인간 때문에 시외버스를 놓치고 2시간을 더 기다릴 순 없었다.


2020년, 아파트 1층에 살던 시절, 옆집 아저씨에 대한 대응은 달랐다. 앞선 사건을 두고두고 후회하던 나는, 그 간 강화된 법률의 힘과, 세월을 겪으며 쌓은 배짱에 힘입어, 자기 집 앞, 그러니까 우리 집 근처 공동 마당에서 흡연하던 그를 덮쳤다.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미안하다고 해 놓고 며칠 지나면 또 피우고 있는 그를 적발하게 되는 고약한 사태는, 이사 가기 전까지 수차례 반복되었다.


그 아저씨는, 내가 보기 싫어서라도 한 번쯤 금연을 결심했을까. 웬만한 아저씨 못지않게 건장한 아줌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험악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달려드는 걸 분명히 봤을 텐데. 사죄해야 할 진짜 이유를 몰랐나. 자신의 행동은 적어도 두 집, 그리고 2~3층에 사는 이웃집 창문 너머로 독가스를 주입하는, 일종의 화학 테러였는데.


그때는 그들이 미웠다. 지금 다시 똑같은 상황에서 만난다면 또 미워할 거다. 그래도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의 소중한 이웃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나쁜 걸 알면서도 피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게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한 수단이든, 잠시 뇌혈관이 확장되며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은 작용을 계속 느껴보고 싶은 욕구이든,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K학교 의무실에 근무하던 시절 금연 클리닉을 운영했는데, 등록한 사람 중 많은 수가 금연을 여러 번 시도하는 사람들이었다. 금연에 또다시 도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중학생 시절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한 청년이 답했다.

“지난번 금연했을 때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정말 상쾌했어요."

“그게 무슨 말이죠?” 비흡연자라 한 번에 이해를 못 한 내가 되물었다.

“담배를 끊으니 숨쉬기가 편했어요. 아침에 상쾌한 느낌이 든 게 오랜만이었어요. 그걸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금연을 시도도 안 해 본 사람은 알 수 없는, 그 청년의 말을 곱씹으며 내 관점을 바로 잡았다. 금연에 재도전하는 사람들은 지난번 금연에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성공’을 앞둔 사람들이라고. 실패했는데도 다시 도전하는 그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물론 한 번에 성공하면 더 좋겠지만, 그건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결단력이 가장 강한 우리 아버지도, 두 번의 시도 끝에 겨우 금연에 성공하신 걸 보면.


금연을 잘해 오다가 4주, 3개월, 6개월,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흡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3개월 안에 고비가 찾아온다. 다른 중독도 그러하듯, 평소 흡연을 하던 때와 비슷한 환경이나 상황에 놓이거나, ‘흡연 친구’와 함께 있으면, 다시 담배에 손 대기 쉽다. 배가 고프거나 화가 나거나, 외롭거나 피곤할 때, 흡연이 간절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한 개비를 피운 후 그대로 담배에게 항복하고 예전으로 돌아갈 것인지, 다시 금연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지점에 있다. 일단 그 흡연 상황에서 벗어난 후, 잘 생각해 보자. 방금 피운 한 개비가 '실수'인가, '실패'인가.


다시 흡연을 하게 되는 '실수'를 줄이려면, 흡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멀리하고, 그간 담배를 피우며 외면했던 '건강한 활동'을 개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담배를 사고 싶을 때마다 금연 통장에 담뱃값만큼 입금하여 모은 돈으로 자신에게 멋진 선물을 하고, 새로운 취미나 운동을 하는 등 자신을 위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금단증상을 이길 수 있다.


물론 금연패치를 쓰거나 금연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할 수도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건강을 선택하는 매 순간의 의지와 자기 맞춤식 극복 전략이다. 작심삼일을 매일 하면 그게 평생 습관이 된다. 새해를 맞아 '상쾌한 들숨'과 '편안한 날숨'을 선택하신 분, 질환과 멀어지는 건강한 결심을 하신 분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눈을 반짝이며 상쾌한 호흡을 되찾고 싶다던 20대 청년, 담배가 인생의 낙이었던 듯 욕먹으면서도 끊지 못하던 옆집 아저씨, 험악한 인상으로 임산부 앞에서도 담배를 피워대던 버스 정류장 민폐남, 영하 날씨에 도로변에서 오들 거리며 전자담배를 피우던 아가씨. 그 사람들도 나의 소중한 이웃이기에, 잠시 ‘실수’를 했더라도 다시 금연을 시도한다면 언제든 반갑게 맞아주겠다.


덧) 금연길라잡이 인터넷 사이트에 방문해 보세요. 금연에 도움되는 정보가 많답니다.


* 조선일보 기사(2022.2.18.) '작심삼일? 64%가 한 달 넘게 새해 결심 지켰다'

** 금연길라잡이 - 지식 - 흡연현황·통계

*** 국가암정보센터 - 암예방과 검진 - 발암요인 - 발암요인보고서

**** 사진 출처 : Unsplash (JJ Sh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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