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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서 1

by 이다

방송을 본 이후 마약을 끊었다. 마약이라니. 내가 다이어트 마약을 먹다니! 한 방에 5킬로를 뺄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그건 인간이 할 짓이 못 되는 것이 아닌가!


구세주 엄마가 어느 날, 넌지시 또 제안을 해왔다.


"너, 사우나 가서 땀 좀 빼 볼래?"


땀 빼기? 그런 건 아줌마들이 목욕탕 한증막에 단체로 입장해서 온몸에 소금을 벅벅 문지르고 내 몸에 있는 수분 다 빠져라 그런 거 아니었던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일단 오케이! 알았다고 이야기하니 어디 어디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목욕탕 가는 거 아니었어?




도착하고 보니 웬 우주선 캡슐 같은 기계가 3-4대 늘어서 있었다. 옷을 벗고 안에 들어가라는 이야기에 순순히 옷을 벗었다. 부끄러운 부분만 가린 나의 몸에 사장님은 철퍼덕 미끈한 투명젤을 사정없이 발라 주신다.


"자 이대로 누워서 40분 계세요.'


자리에 누우니 우주선 뚜껑이 내려왔고 얼굴만 밖으로 나온 내 몸은 용광로 불빛 속에 갇혀버렸다. 몇 분이 흐르자 온몸에서 미친 듯이 땀이 나기 시작했다. 누워있던 비닐 침대가 땀과 투명젤로 금세 흥건해졌고 그 위에서 춤이라도 춘다면 홀라당 자빠질 정도로 미끄러웠다.


40분을 겨우 참고 나오자 이번엔 1인용 사우나실에 들어가란다. 딱 한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나무로 된 한증막이었는데 가운데에는 특이하게도 미닫이 창문이 있었다. 다시 한번 몸에 젤을 쓱쓱 바르고 들어가 앉았다. 아까 캡슐 안에선 그래도 뜨끈한 느낌이었는데 사우나는 한 마디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견디다 못해 창문을 열며 구조를 요청했다. 나오게 할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것은 시원한 물 한 잔이었다.


사우나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온몸은 시뻘겋고 땀과 젤로 뒤범벅된 몸은 난장판이었다. 안내를 받은 곳에서 샤워를 마치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몇 킬로가 목표세요?"

"네? 아하하하.... 음... 44킬로가 목표입니다."

"여기 목표 몸무게를 적으세요."


말도 안 되는 목표를 설정했다는 생각에 창피한 마음반, 해보겠다는 마음반으로 44킬로를 적어 넣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44킬로라는 글자가 그날 이후로 눈에 콕 박혀버렸다. 그래 나의 목표는 44킬로그램이야! 그 노트는 아직도 나의 뇌리에 선명하다.


참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몸무게가 45킬로그램이었다. 그 당시 나의 별명은 날으는 슈퍼 뚱땡이였다. 한 마디로 44킬로그램은 초등 몸무게로 돌아가겠다는 것인데 그건 가능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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