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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서2

by 이다

저녁마다 센터에 들러 땀을 2시간씩 빼는데 음식을 마구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땀을 그 정도로 빼려면 먹기는 해야 했다. 뭘 먹어야 살이 안 찌면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일까. 집에서는 먹을 시간도 없었고 매일 밖에서 사 먹는 점심 메뉴를 잘 골라야 했다. 은영이와 함께.




내가 고른 메뉴는 1일 1식 된장찌개백반이었다. 왜냐하면. 된장찌개엔 단백질의 보고 두부가 들어가 있다. 된장은 몸에도 좋고 찌개 안에는 어느 집이나 야채를 듬뿍 넣어준다. 그리고 각종 반찬이 나온다. 거기에 뜨끈한 밥 한 공기.


좋았어! 이제 나는 된장찌개만 먹는다. 최대한 심심하게 먹을 것. 간이 맞으면 맛있게 먹었고 짜면 물을 부어 먹었다. 1일 1식만 하기로 했기에 공깃밥 한 그릇과 찌개의 내용물은 몽땅 먹어버렸다. 그래야 땀을 빼고 견딜 수 있지 않은가.


점심을 먹고는 교내 이곳저곳을 산책 삼아 느리게 걸어 다녔다. 힘이 빠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최대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목표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매일 수업을 듣고 된장찌개를 먹고 부지런히 산책을 했으며 저녁이면 2시간씩 땀을 뺐다. 집으로 돌아가 2-3시까지 과제를 하다 보면 그야말로 넉다운.


딱 이 패턴으로 40일을 살았다. 그동안 센터에서는 땀을 빼고 샤워를 마친 후 항상 몸무게를 기록했는데 눈에 띄게 빠지지는 않았지만 아주 미세하게 눈금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40일이 되던 날, 빈 칸에 44킬로그램을 적어 넣었다!




만세!! 로또 당첨이라도 된 기분!! 이건 정말 인간 승리!! 초등 이후로 본 적 없는 몸무게! 너무 좋아 방방 뛰어다녔다. 그리고 그날부터 수업을 마치면 백화점 할인매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살이 너무 빠져 ㅋㅋㅋ 맞는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나는 사실 그 때까지 셔츠를 입어 본 적이 없었다. 하얀 셔츠를 입고 소매를 탁탁 접어 올린 모습을 좋아했지만 내가 셔츠를 입으면 가슴 중간이 항상 빵빵해져 단추가 튕겨나갈 듯이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셔츠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살이 빠지고 나니 궁금했다. 이 하얀 셔츠가 맞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백화점 세일 코너를 뒤적이고 있는데 판매직원이 다가왔다.


"이거 잘 맞으실 것 같은데요?"

"진짜요? 저는 한 번도 입어 본 적이 없어서... "


그리고 피팅룸에 들어간 나는 너무 놀라 눈물을 흘릴 뻔했다. 세상에 셔츠가 맞아! 그것도 넉넉하게. 더 이상 가슴이 벌어지지 않아.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14킬로 그램이 내 몸을 빠져나갔다는 것을 그날 실감했다.


그 이후 다행히 살짝 요요가 오긴 했지만 무리 없이 졸업 사진을 찍었고(그 당시 3일 사과다이어트 시도로 다시 3킬로그램을 뺐다) 44킬로를 내내 유지할 순 없었지만 마이너스 10킬로그램을 유지하며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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