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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작

불 때는 집

by 채드 박 5시간전

“교복에서 연기 냄새가 나”

줄곧 중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많이 듣던 말이다.

친구들의 집이 나무로 불을 때던 집에서 보일러를 때는 집으로 많이 탈바꿈하던 시기의 충남 부여 작은 시골마을 중에서 유독 우리 집만은 여전히 불을 때 추위를 온기로 덮어갔었다.


겨울이 오는 것이 죽을 만큼 싫었던 것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던 추위의 살갗이 아니라, 불냄새와 연기냄새로 젖은 내 교복 때문이었다. 매일같이 가야 했던 학교, 매일같이 만나 부비고 지내야 했던 동갑내기

친구들은 연기냄새 짙은 내 교복에서 나의 불 때는 집의 생활상을 어렴풋이 그렸을 것이다.


10월이 되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어떤 산에 벌목된 땔감들이 많이 있는지 고민하던 엄마의 고심은 마치 전쟁을 나가기 위해 전략을 고심하는 장군과도 같았다.


땔감나무를 구하기 위해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학교에 다니던 나도 그 일꾼 목록에서 당연히 배제될 순 없었다.


3형제 중 둘 째인 나는 연기 냄새나는 교복보다는, 나무하러 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이산 저산을 흰색 트럭을 운전하여 출정하는 엄마가 매번 안쓰러워 한 번도 마다하지 않고 시간만 되면 나무를 하기 위해 산을 탔다.


보통은 땔감나무라고 부르며 나무라는 단어에 추가적인 의미인 땔감이란 말을 앞에 붙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나무는 곧 땔감과 동의어였기에 이렇게 구두로 매번 제안했다. “야 나무하러 가자”


나무는 우리 가족에겐 자연이 주는 온기에 불과했으나 그것이 없다면 생존에 시급하게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나무는 시기별로, 종류별로 달랐다.

벌목된 지 얼마 안 되어 길게 산줄기에 가지런히 늘어 정돈된, 그렇지만 아직 호흡이 살아있어 억세고 무겁고 질겨 여러 번 낫으로 후려치어야만 하는 나무들. 자연스럽게 오래되어 떨어져 나간 발의 각질 같이 바짝 말라 성냥하나만 갖다 대어도 활활 타오르는 마른 가지들. 그리고 불쏘시개로 쓰기 위한 마른 솔잎의 솔나무가지들. 그리고 오랫동안 불이 붙어 있어 화력 지속력이 좋은 잘 잘려진 큰 나무 기둥들.


이 모든 종류들의 나무가 있어야 추운 겨울 안방은 일과 학업을 마친 부모님과 3형제에게 따뜻한 온기를 제공할 수 있다.


덕분에 아궁이와 가장 가깝게 맞닿은 안방의 아랫목은 항상 새까맣게 그을려있었다. 새까맣지만 항상 VIP석으로 아버지는 그곳을 항상 사수하기 위해 애썼다. 초저녁 5시쯤 불을 때기 시작하고 불이 잘 들어오는지 누워서 6시 내고향이 나올 즈음 일터에서 돌아온 이버지는 누워있는 나에게 항상 발로 이불을 가볍고도 퉁명스럽게 걷어차며 말했다.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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