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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Oct 17. 2023

아프지만 나는 괜찮아

"OO야 괜찮아? 얼굴이 왜 그래?"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나를 보고 놀라며

내게 건네는 첫마디였다.

평소 나와는 다른 모습이 되어있으니 놀란만도 하다.


3개월 사이 몸무게가 15킬로나 늘었고

온몸과 얼굴에 붓기가 가득했다.

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집에서 빨래 하나를 다가도 누워있어야 했으니

그땐 정말 정상의 삶은 아니었다.




시어머니와 이별 전

내 엄마와도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했다

혼자 남겨진 아빠

그때는 살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신랑과는 주말부부였고

아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어렸으며

내 회사는 바쁘디 바쁜 곳이었다.


내가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았기에

그것들은 오롯이 다 내 몫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기에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아빠 걱정에

난 매주 금요일마다 큰 캐리어에 반찬과 먹을거리를

가득 싣고 지하철을 탔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2시간 거리의 아빠집을  

그렇게 몇 달을 다녔다

퇴근하는 신랑을 기다렸다가 좀 늦게 가도 되는 건데

금요일 저녁에 조금이라도 일찍 가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자동차라도 살 걸..

지나고 보니 그때 참 미련했고 용감했다.


몇 달을 그렇게 지내다가

드디어 아빠집 같은 아파트에 물건이 나와서

바로 이사를 하게 된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빠집과 우리 집 두 집 살림을 하며

애들을 키우며

일까지 하는 나는 괜찮지가 않았다.



그 사이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방패 같았던 시어머니까지 보내드리고 나니

슬픔도 내가 해야 하는 역할도 배가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온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발바닥이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다

내 증상들을 지켜보며 의심되었던 류마티스관절염


내 나이 30대 중반인데

설마 그리고 혹시 하는 마음에

가장 유명하다는 병원을 어렵게 예약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이라고 한다.

혹시 몰라 다른 병원도 가보았다

역시나 똑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 당시 의사 선생님 설명이 1-10이 정상이라면

나는 수치가 500이라고 하셨다.

발이 얼마나 부었는지 잘 걷지를 못했다

운동화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부었고 통증이 심했다.


당장에 염증이 너무 심해서 스테로이드약을 먹었고 스테로이드주사를 맞았다

통증은 발바닥만 있었던 건 아니고

무릎. 손가락 마디. 손바닥 등등

부위들을 돌아다니며 나를 힘들게 했다.


내 면역력이 나를 지켜줘야 하는데

류마티스관절염은 내 면역체계가

자신을 공격하는 아주 요상하고 괴로운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니 대상포진까지 오고

입원을 몇 번이나 했었다.

그 뒤로도 통증이 너무 심한 날에는 약을 먹어도

거의 밤을 새우고 출근하는 날도 많았다

손가락 마디에 힘이 없어서 은행에서

수제금고를 들다가 

몇 번을 놓쳐서 떨어뜨리기도 했다.


몇 달 좀 괜찮은가 싶다가도 염증들이

또다시 나를 괴롭히니

무리하거나 몸이 힘들면 다시 찾아오는 고약한 놈들이다


그동안 강해지려고 부단한 노력을 해왔지만

나는 여전히 7년째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다.

두달에 한번씩 병원을 가고 검사를 하고

약을 처방받아 온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은 손가락 마디로 염증이 와서

마디마다 붓고 멍이 들어있다

주먹이 안 쥐어지고

글씨를 쓰는 일도 힘드니

음료수병을 따지 못하는 나는 부탁을 하곤 한다

(공주병 아닙니다:)


 하다가도 멍든 내 손가락을 보면

서글프기도 참 안쓰럽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버텨낸 내가

나는 참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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