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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Oct 21. 2023

20평 집에서 준비한 시아버지 생신상

평소 대식구가 자주 모이는 우리 가족

대식구가 식당을 예약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곧 있을 시아버지의 생신 

그에게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내본다

"우리 집에서 아버님 생신상을 차리는 거 어때?" 


다 모이기엔 너무 좁지 않을까?

음식은 다 어떻게 하려고?

걱정하는 그의 말 뒤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의 가릴 수 없는 미소가 예스라는 대답이었다


할 수 있어 해보지모




그때 우리가 살던 집은 25평도 아닌 20평이었다

(50평에 살다가 20평으로 이사를 가는

  나는 참 대범하기도 한 여자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볼까:)


20평 집에 40명 가까운 식구가 와서

밥을 먹는다는 건 사실 참 경이로운 일이다.


실행력 만렙인 나는 마음이 서면 바로 고 이기

이번 아버님 생신

우리 집에서 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물론 가족들이 집에 처음 오는 건 아니었다

명절과 어머님제사도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있기에

우리 집에 온 적은 많지만

20평 집에서 가족들 전체를 초대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집만 좁았을 뿐이지 준비 과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애초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보자라는 마음은 아니었다.

 

그저 생신날 아들집에서 따뜻한 밥과

직접 끓인 미역국으로 밥 한 끼 해드리고 싶은

그런 소박한 마음이었다

누가 시켜서 등 떠밀려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라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즐거웠다




미역국은 한우 양지머리 좋은 부위를 사다가

거의 들통으로 끓였고 케이크와 과일도 준비했다

음식은 신랑이 수소문해서 찾은

맛있다는 출장뷔페에서 주문을 해서

당일에 차로 싣고 왔다.


집 앞이 바로 한강인지라 집에서 밥을 먹고

2차로 한강공원에 온 가족이 피크닉을 가기로 했다

큰 아이스박스는 두 개를 준비했다

그 안에 얼음으로 채우고 맥주와 음료 과일을 담가두었다


집안은 놓을 공간이 없었기에

복도는 이미 피크닉 준비로 꽉 차있는 상태였다.

만반의 준비가 끝나고 가족들이 오기 시작했다 


다들 현관 입구에서부터 우리 다

앉을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ㅎㅎ

역시 신발은 현관에 다 안 들어가서 복도에 두기도 했고 이렇게 많은 신발은 내 집에서 오랜만에 본다.


식탁은 방 한 곳으로 치웠고

다른 한 곳은 아이들을 전부 들여보냈다.

거실 겸 부엌인  곳에

큰 상을 3나란히 펴서 어른들은 양쪽으로 앉았다


오호라

서로 간에 틈은 없었지만 많은 식구들이 앉기에 충분했다 뷔페음식들은 미리 세팅을 끝내놓은 상태였고

왔을 때 바로 뜨겁고 맛있게 먹이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이 오고 나서  

따뜻한 밥과 국을 재빠르게 담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은 함바집 식당 같기도 했다

함바집 식당이면 어떠하리

20평이면 어떠하리

신발이 복도에 나와있으면 어떠하리

맛있다고 먹어주는 가족들을 보니 그저 뿌듯한 마음뿐이다


아버님도 내내 웃음이 가득하시다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아버님 생일축하를 하고

온 가족이 2차 한강으로 향해다


뛰어노는 아이들과

아이스박스엔 어른들을 맞이하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


하늘은 참 맑고 강은 평화롭고

우리는 이 순간 최고로 행복하다

유난히 맑았던 하늘♡

*사진출처: 픽사베이. 내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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