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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Oct 16. 2023

시어머니와 이별을 했습니다

샤워를 하던 중 손에서 놓쳐버린

갈색병 바디워시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깨져버린 내 디워시

느낌이 차갑도록 싸했다.

바닥에 깨진 잔여물을 치우고

샤워를 급하게 끝내고 나왔다.


신랑 핸드폰으로 벨이 울린다

누님의 전화다

우리는 그날 어머님과 이별을 연락받았다.


1년 6개월 전 내 친정엄마와의 이별 이후

나는 내 어머님과도 이별을 해야 했다.

그녀는 엄마를 보내드린 내게

앞으로 더욱 엄마 같은 존재가 되어주겠다고 하셨던 분이다. 그런 따뜻하고 정 많은 

너무나 소중한 어머님과 이별하던 날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던 그 슬픔과 아픔

비도 많이 내렸던 그날

하늘도 나와 같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와 이별하기 한 달 전

내 어머님은 아버님과 함께 시골집에서 지내고 계셨다

원래 지내시는 집과 시골집

두 집 살림이라고 해야 하나 

고향에 황토집을 지어놓으시고 그곳에서

몇 달씩 지내다 오셨다.

우리는 주로 시골집에 갈 때는

누나네 가족들과 함께 가곤 했는데

그 주말은 온전히 우리 가족 4명만 시골집에 놀러 갔었다.


어머님이 차려주셨던 아침 밥상 

너무 맛있었던 우리 어머님이 해주신 밥. 국. 반찬들 그날따라 유난히 맛있게 먹고 더 먹고

신랑도 나도 아이들도 엄청나게 맛있게 먹었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다시는 먹을 수 없는

소중한 우리 어머님이 끓여주셨던 미역국

나는 평소에도 미역국을 참 좋아하지만

그날 아침 먹었던 미역국은 특히 잊을 수가 없다.

아버님 어머님과 온전히

우리 네 식구 함께 보냈던 1박 2일.

공원에서 돗자리를 펴고 같이 누워도 있고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켜보셨던 내 어머님

그날 둘째가 할머니 앞에서 태권도장에서

배운 웅변을 했더니 공원에서 지나가시던

모르는 아저씨분이 아이에게 씩씩하다면서

만원을 주시기도 했다^^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님의 얼굴에서 미소를 보았고

눈에서 사랑을 보았다.

아홉째 아들네 부부가 낳은 아이들

손녀 손자가 얼마나 예쁘고 귀할까

이 예쁜 아이들을 좀 더 오래 보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게 항상 아쉽다.




그렇게 행복한 1박 2일을 보내고

그 이후 내 어머님은 아프셔서 큰 병원으로 가셨다.

아마 그때도 아프셨을 텐데

우리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셨다.


어머님은 오래 투병하지 않으셨고

한 달 정도 아프셨던 것 같다.

자식들 고생 안 시키려고 투병기간도 짧으셨던 것

같아 맘이 더욱 아프다.

투병 중에 만난 어머님은

내게 모라고 얘기하셨는데

아마 나를 보시고 사랑한다고 하셨던 것 같다.

나를 두고 가실 생각에 미안하고

아쉬운 얼굴이 너무 선하셨던 내 어머님

글을 쓰는 중에도 어머님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난다.


어머님과 이별하고 나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다.

그 당시 은행 지점 VIP실에서 일했는데

다 어머님 또래 고객님들이 오시니

어머님 생각이 더 나고 일하면서도

항상 옆에 손수건이나 휴지를 들고 일했다.


눈물까지 많은 나라서 일하면서도

자꾸 나오는 눈물을 어찌하리

고객님 중 한 분은 나를 보며 이렇게 얘기하셨다.

“대리님. 참 나는 시어머니 돌아가셨다고

  이렇게 슬퍼하는 며느리는 처음 봐요”


어쩌면 그녀는 나에게 시어머니 이상의 존재였을지 모른다.

 

괜찮다고 잘 지낸다고 그렇게 지내왔는데

아마 내 몸과 마음은 괜찮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나는 어머님과 이별하고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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