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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방배동 사모님
Jan 05. 2023
내 시어머님을 소개합니다
결혼하고 보내는 첫 명절이다.
잘하고 싶었던 나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렸던 25살
(사실 그동안 명절에는 먹기만 했지
해본 게 없었다)
신랑에게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어머님댁에 도착했다.
구정 차례음식도 준비해야 하고
식구가 아주 많은 집이라서
(8명의) 딸들과 사위들 손주들 먹을 음식도 해야 하는 어머님은
몸도
마음도
분주하셨다.
구정 전날에 갔지만
아마 어머님은
일주일 전부터 명절 준비를
하셨던 것 같아 보였다.
돕고 싶었던 나
.
마음이 앞선다.
‘어머님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옆에서 음식을 돕다가
고구마튀김을
하신다는 말에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고구마 제가
할게요’ 우선 고구마 손질을 해야 했다.
한 박스였구나
미쳐 양은 알지 못했다.
우리 앞에 놓인 미션 고구마
한 박스 손질
신랑과 함께
파이팅
하며
시작
의지는 거의 불타는 고구마였다
신나게 칼질을
하던 중
악!!!
각자의 자리에서 명절 준비를 하던
아버님과 어머님이 놀라서 거실로 뛰어오셨다.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칼질이 서툴렀던 나는 손을 베고 말았다.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나는
엉엉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한다
(그땐 정말 놀랐고 아팠거든
.
지금 생각해보면 마냥 귀엽다)
손이 살짝 베었을 뿐인데
놀란 신랑은 나를 거의
들쳐
업고 응급실로 달려간다.
그렇게 우리의 첫 명절은
어머님께 도움이 되지 못하고 놀라게만 해드렸다
.
9남매를 낳으신 어머님은
참 현명한
분이었고 공평한 분이셨다.
시골에서 참기름을
짜올 때도
9병을
짜오
셔서 항상 자식들에게 똑같이 나눠주셨다.
반찬을
주고
싶어 하셨지만
혹시나 내가
안 좋아하거나 안 먹는 것도 있을까 봐
먼저 주지 않으셨고
네가 필요한 것만
챙겨서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
연세는 많으셨지만 생각은 누구보다
신여성이었다.
딸들에게도 일 하라고 하셨다.
사회활동 하라고
본인도 자식이
9명이었지만
살림만 하지 않으셨고 아버님 일을 같이 하셨다.
내게 항상 모든 다 주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님 마음은
그랬다.
나를
많이 아끼셨다.
요즘 젊은 시어머니들처럼
표현을
잘하지는 못하셨지만
어머님의 깊은 마음을 알고 있었다.
어릴 적부
터 딸 8명에게
며느리가 들어오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싫은 말
은 당연하고 좋은 말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좋은 말
도 8번 들으면 힘들다고
그렇게 어머님은 늘 나의 든든한 방패였다.
어느 날
은 나를 불러 일하느라 애 키우느라
얼마냐 힘드냐고 항상 고생한다고
한약을 꼭 지어주고 싶다고
하신다.
(우리 어머님은 한약을 참 좋아하셨거든)
얼마 없는 어머님의 용돈으로 내게 지어주신 소중한 한약
더 귀하게 먹을걸
.
더 감사하게 먹을걸
어머님은 하나뿐인 며느리에게
마음으로 이미
모든 걸 주셨다.
우린 참
닮은 점도 많았다.
시누이들도 가끔
얘기한다.
너는 참 우리 엄마랑 성격도 닮았다고
후라이드치킨도 전도 많이 좋아했다.
어머님도 나도
어머님은 아이를 낳고는
꼭 시장에 가서 튀겨온 치킨을
사 오셔서 먹으셨다고 한다.
참 후라이드치킨 좋아하는 나인데
치킨을 먹을
때마다 어머님 생각이 나게 된다.
정도 많고
베푸는 거 좋아하는
우린 참 많이 닮았다.
긍정적인 성격도 흥 많은 것도 잘
먹는 것도 닮았다.
살면서 높은 곳만 보면 마음이 힘들다고
낮은 곳
을 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라고
얘기해주시던 내 어머님
마음이
힘들 때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님이 해주셨던 얘기들을 생각하며
울기도 하고 또 힘을 내서 살아본다.
칼질도 서툴고 어리기만 했던
마음도 약한
울보 며느리
이젠 아주 씩씩하게 잘 살고 있어요
어머니
보고 싶어요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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