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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Dec 15. 2022

시댁과 체육대회 해보셨나요?

시댁 식구들과 함께 하는 체육대회날이다.

모두들 오늘을 기다렸다.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윤기가 흐르는 고소한 김밥 100줄

(이것보다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어머님 집은 김밥천국이다.

참기름의 고소함이 집안에 진동을 한다.


식구가 많은 집이라 무슨 일을 하든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시누이들의 손은 눈보다 빨랐다.

김밥이 뚝딱뚝딱 말아진다.

그 자리에서 바로

예쁘게 잘라진 김밥 하나를 입에 넣는다.

입에서 녹아내린다.

참을 수가 없다.

결국 맛만 봐야지 했던 나는 한 줄을 바로 먹어버린다.


김밥과 간식 음료수

어마어마한 양의 먹을거리는 준비가 다 되었다.

우리 팀은 출발했다.




다른 팀은 운동장에서 체육대회 준비가 한창이다.

두 개의 팀으로 나뉘었다.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팀별로 주문했고

수많은 경품들도 준비가 되었다.

경품들은 다양했다.

주로 생필품으로 가득했다.

세제. 치약. 커피. 티슈. 다이소 물품들도 많았다.

모두 탐난다.

아 갖고 싶다 경품들



팀별 유니폼 조끼를 입는 순간에도

모가 그리 웃기는지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선수는 부모님 제외하고 34명이다.

사회자 1명(다섯째 고모부), 부모님 2명, 선수 34명

직계가족만 37명이다.


온전히 직계가족만 함께한 그곳

부모님과 9명의 자녀들과

그 자녀들의 가족들이 있는 그곳


체육대회 하기에 아주 충분한 인원이었다.


우리의 체육대회는 부모님 집 근처 초등학교 실내운동장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은 누나들과 내 남편의 모교다.




모두 모여서 큰 운동장에 넓게 원으로 섰다.

다들 서로 마주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는 지금 행복하고 특별하며 

우리의 시간은 소중했다.

온전히 직계가족만 모인 자리다.

37명

그날의 공기. 그날의 웃음. 그날의 행복.  

평생 잊지 말아야지.


사회자는 다섯째 고모부이다.

고모부의 구령에 맞춰서

우리는 준비체조부터 시작했다.

목 돌리기, 허리 돌리기, 팔다리 털기, 국민체조

준비체조가 끝나고 본격적인 경기를 시작한다.


어른 경기, 아이들을 위한 게임

다 같이 하는 경기는 참으로 다양했다.


가족끼리였지만 

우리의 경기는 치열했고 뜨거웠다.

모두 최선을 다했다.


큰 줄넘기 여러 명 뛰어넘기를 할 때

누군가는 넘어지기도 했다.

모습조차 마냥 웃음이 다.


입술로 색종이 옮기기를 하다가

색종이를 놓쳐서 아이들은 뽀뽀를 하기도 했고

어른들은 서로를 탓하며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계주 달리기를 마무리로 모든 경기는 끝이 났다. 


이긴 팀, 개인 수상 등

푸짐한 경품은  골고루 나눠 받았다.



함께 먹는 김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어떤 호텔 뷔페 부러우랴


같이 먹을 때는 더 경쟁적으로 먹게 된다.

정말 시댁에서 먹을 때마다

느끼는 신기한 법칙이다.

함께 먹는 모든 음식이  

어떻게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항상 맛있는지 그저 신기할 뿐이다.




한참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때를 떠올리며 얘기한다.


그 사이 코로나가 우리를 찾아왔고

몇 년 동안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기약한다.

따뜻한 봄이 오면 꼭 다시 해보자고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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