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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Dec 13. 2022

누나가 8명인 남자

"수지야 이 복숭아 먹어봐 진짜 맛있어"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앉기도 전에 내게 건넨 복숭아

뽀얀 핑크빛 너무나 예뻤던 복숭아 한 개

핑크빛만큼이나 너무나 달콤했다.

한 박스도 아닌 한 개였다.


'음 정말 맛있어 고마워 오빠'

직원들과 나눠먹다가 맛있어서

나를 주려고 챙겨 왔다고 한다.

그는 그런 남자였다. 소박하지만 정이 많고 따뜻한.



다 먹고 식탁을 보니 복숭아 한 개가 더 있다.

이건 모지?

낮에 먹었던 복숭아가 너무 맛있어서

두 개를 가지고 온 남자.

이 맛있는 복숭아를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에게 먹이고 싶었던 거다.

한 개는 나에게 한 개는 그의 엄마에게


그를 잘 아는 나는 웃음이 피식 났다.

그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했다.

바로 엄마에게 다녀오겠다고 한다.

운전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얘기해주었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이 넘는 꽤 먼 거리다.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한 박스를 보내드릴 수도 있지만

이 복숭아 한 개는 그에게 특별했다.

복숭아 한 박스도 아닌

그날 먹었던

너무 맛있었던 복숭아 한 개를

엄마에게 먹이고 싶은

그래서 바로 달려가서 주고 싶은 그는 그런 아들이었다.


아주 예전 어린 나는 잘 몰랐다.

이해가 안 갈 때도 많았다.

살다 보니 조금씩 알게 된

어머니와 그의 애틋함을






누나가 8명인 아홉째 아들

부모님과 같이 오래 살지는 못했다.

부모님은 잘되라고 초등학교 때 울로 유학?을 보내셨다.


그때 결혼을 했던 첫째 누나

그 집에 살게 된다.

초등 3학년 하나뿐인 남동생

첫째 누나도 결혼을 일찍 해서 누나 나이 20대 초반이었다.

(언니도 언니지만 매형은 무슨 죄인가

 한창 알콩달콩 신혼에 초등 3 처남과 같이 살다니)

엄마의 부탁으로 같이 살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사는 게 아니고 키운 거다.



첫째 누나와 첫째 매형이

초등 남동생이자 처남을 키워준 거다.

(지금도  항상 감사한 첫째 누나)


시골에서 엄마 아빠 밑에서 행복하게 즐겁게 살던

그도 서울 그 낯선 곳.

누나 집에서 사는 일이 오죽 힘이 들었을까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

그의 나이 겨우 10살 초등 3학년이다.


매일 밤마다 울었다고 한다.  

시골 엄마한테 데려다 달라고.

지금 우리는 웃고 그때를 얘기 하지만

그 당시에는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렇게 서울 살기는 조금씩 적응을 해나갔고

매형이 공부도 가르쳐주셨고 혼나기도 참 많이 했다고 한다.






중학생이 되고 이번에는 둘째 누나가 결혼을 한다.

그 사이 첫째 누나는 애가 둘이 되었고

남동생까지 셋을 키우던 중

둘째 누나의 결혼

둘째 누나의 신혼생활도 하나뿐인 남동생과 함께 하게 된다.


둘째 누나도 매형도 참 대단했다.

남동생 고등학교 보내려고 과외도 직접 해주시고

누나는 그 아름답고 찬란한 신혼생활을

남동생 도시락과 함께 했다.

매일 도시락 두 개를 싸서 가방에 넣어 주었던 누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누나들은 참 대단했고 고마웠다.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거를 보면

그때 누나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인 듯하다.     


 




오늘은 금요일 저녁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이미 분위기는 후끈하다.

불금 우리 집에서 모였구나


문 앞에서 얼굴을 내밀자 수십 명의 인사 소리가 들린다.

'수지 왔니. 처남댁 왔어요. 외숙모 안녕하세요'


나는 누나가 위로 8명인 아들과 결혼한 여자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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