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 해변(Semaphore, Seacliff, Noarlunga)
벚꽃 vs 단풍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사진과 단풍 물든 사진들을교환한다. 4월은 오랫동안 벚꽃길의 설렘과 연한 초록 새순들이 올망졸망 기대감을 만드는 계절이었다.그러기에 아마도 달씨는 한국의 가족들이 보내오는 벚꽃나무와 길 풍경들에 여전히 눈길이 가나보다. 매년 빼먹지 않고 갔던 분홍 눈꽃길, 왕벚꽃길 속의 분위기와 수다들을 그리며.
애들레이드에 와서 4월과 단풍, 열매들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래 걸렸다. 아니, 아직도 달씨는 어색해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부활절 연휴
한국에서는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어 여름과 겨울,2번의 방학이 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1월 말에 새 학기가 시작하여 9-11주마다 4번의 방학이 있다. 4월은 그렇게 1년 중 첫 방학이 있는 달이다. 또 분주한 이유는, 이스터(Easter)라 불리는 부활절 연휴가 있다. 성 금요일 (Good Friday)부터 시작하는 공휴일은 부활절 일요일 다음날인 (Easter Monday) 월요일까지 공식 연휴이다.
출근러들의 공휴일과 학생들의 방학이 맞아떨어지는 연중 첫 번째 연휴이기도 하여 여행계획이며 지역행사나 가족행사가 많은 4월이다. 타지에 있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도 하고 즐기는 한국의 명절 분위기이다.
호주에 가족들이 없는 달씨네야 가족행사로 분주할 것은 없지만, 가족처럼 지내는 지인들과 식사를 하기도 하고, 보통은 여행을 가기도 했다. 애들레이드에 이민 인구가 늘기 시작하며 가족이 외국에 있는 이민자들은 종교행사나 지역행사에 참가한다.
연날리기의 감성 @세마포 비치
그중 하나가 애들레이드 서쪽 해안가, 세마포 (Semaphore)에서 매년 4월에 열리는 국제 연날리기 (The Adelaide International Kite Festival) 축제이다. 연은 인류의 오래된 장난감이기도 하지만 '연'만이 주는 감성이 있는 듯하다.
연을 보면 달씨도 어린 시절 방학숙제로 연을 만들어 달라기도 하고, 그러면 아빠가 만드신 연으로 마당에서 하늘로 올려 보고 넓은 공터에서 날려본 추억도 떠올랐다. 하늘로 올라있는, 비록 끈은 있지만 소리 없이 날고 있는 연들. 각자의 희망과 소원, 동심과 추억, 자유함과 고요함 이런 것들을 세대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기에 오랫동안 계승되고 발전되는 것인가 싶다.
최첨단 드론이 대신할 수 없는 감성을 가진 연들. 각종 연들이 애들레이드 4월의 바닷가 한 구석을 들뜨게 만든다.
바닷가 달리기 @브라이튼 비치
바람도 선선해진다. 햇살이 허락하는 날엔 낮에 반팔도 가능하다. 아침저녁으로 달리진 공기는 외출하기에, 그리고 달리기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면 달씨는 차로 바닷가를 간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달씨는 애들레이드 동쪽 끝에 살지만 바닷가가 있는서쪽 끝까지 차로 30분가량 걸린다. 호주의 다른 대도시 사람들이 신기하고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서쪽 해안의 해변들은 중간에 잠깐 차도나 골목길을이용해야 하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35Km 길이의산책길이 연결되어 있다.
연 축제가 있는 세마포 비치는 거의 북쪽이고 아래로 내려오면 곳곳에 붐빌 것 없는 일상의 해변들을 만난다. 에메랄드 빛 바닷물과 고운 모래사장이 만나는 곳마다 더러 수영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개들이 한때를 누리고 있다.
달씨는 좀 더 남쪽의 브라이튼 비치로 장소를 옮겼다. 브라이튼 비치(Brighton Beach)에서 시클리프(Seacliff)까지의 길은 러너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늘달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배를 띄우는 사람들도 있고, 라이프 세이빙 안전 교육을 받는 사람들도 보인다.
파랑파랑한 하늘과 러너들의 에네지가 더해져 그도 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길을 달려본다. 이 도시는 곳곳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눈으로 보게 된다. 구석구석 단장되고 못 보던 조각이나 장식물들이 서있다. 바닥에 그려진 게임은 옛 감성을 자아내기도 하며 데크 등 바닥이 젊어지고 있고 바닷가 앞 상점에 크고 작은 카페들도 늘어나고 있다. 달리면서 '달라진 그림 찾기' 하는 것 같은 소소한 발견들이다.
다이버와 러너 @포트 노알룽가
이번 연휴에는 특별한 손님이 오셨다. 달씨의 시부모님이다. 80대이신 두 분은 체력과 기력을 다하여 하나밖에 없는 아들 사는 곳을 꼭 보고 싶다고 먼 걸음을 하셨다. 체력과 시간 상 장거리 보다 근거리를 선정하여 모셨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포트 노알랑가 (Port Noarlunga)라는 바닷가가 있다. 그곳은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로 다이버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다. 30년 전 군대에서 다 한 달리기 때문에 절대 안 달리려 하는 달씨 남편은 달리기 대신 다이빙을 택한 사람. 마침 부모님도 오시고, 바다 위에 산책로를 새로 만들었다기에 다이빙도 할 겸 내려갔다.
여름이 지나간 바다 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시원하게 수영을 하고 있었고, 낚시가 잘 잡혔는지 제티 위에 물고기들을 전시해 놓은 낚시꾼들 사이를 지났다. 나무다리, 제티 끝에 도달할 때까지 두 어르신들은 흥분과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아들의 입수를 조심스럽게 보고, 다시 올라올 때까지 목놓아 기다리는 모습에서 달씨는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언제 다시 만날지 장담할 수 없는 가족이라니. 멀리 살고 있는 자녀, 연로하시고 병이 있으신 부모님. 며칠간 함께한 3대의 여정에서 달씨의 훗날모습과 자녀들의 모습까지 떠오르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마치 하늘의 연들 같다. 연은 날아가는 듯 하지만 묶여있고 고요하지만 애틋하다. 동심과 추억이 함께 실려있다. 부모님과 자녀, 그리고 그 자녀의 자녀들도 끈이 되어 서로의 연이 된다.
달씨는 새로 열린 바다 위 산책로를 달렸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답을 모를 때 천천히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때로는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