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_남호주 산속 파크런 체험기

클리랜드 국립공원 (Cleland National Park)

by 경쾌늘보


달리기를 지속하게 하는 도구


달리기 연차는 늘고 있지만, 달씨도 ‘계속 달리기’를 돕는 도구가 필요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어도 엄두가 안나는 사람들이나, 시작은 했으나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구나 동기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달씨는 종종 한국에서 런데이라는 앱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다. 점진적으로거리를 늘려가도록 코칭도 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고.


호주에는 앱/어플은 아니지만 파크런이 있다. 역시 강제적인 것은 없지만 달리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영국에서 시작하여 여러 나라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파크런이 열리는 공원에 가서 참가자들과 5Km 코스를 달린다.


하지만 토요일 오전 8시라는 시간이 예체능을 하는 자녀들의 부모에게는 애매할 수 있는 시간이다. 대부분 학생들의 클럽 훈련이나 경기가 오전 9시 전후로 시작하기에 학기 중에는 어려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지만 방학이 되면 훈련이나 게임도 정지되는 경우가 많다.



파크런 도장깨기 도전


달씨와 달벗은 파크런에서 몇번 달렸다. 학기 중에는 파크런 시간 맞추기가 서로 쉽지 않았기에, 7월 방학 기간 동안에 가보지 않았던 파크런을 가보기로했다. 가끔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새로운 곳을 달려보는 것도 달리기 낭만.

검색해 보니 호주 전체에 약 450곳, 그중 애들레이드만 해도 15곳이란다. 달씨는 그중 7곳을 가보았다. 먼 곳은 차로 한 시간도 가야 해서 그런 곳을 제외하고 가까운 곳부터 시도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도시여도 열리는 곳마다 운영방식이나 분위기가 다른 점을 찾는 것이 사뭇 즐거운 일이 되었다. 달씨가 가보니, 애들레이드에는 장소마다 적게는 45명에서 많게는 680명까지 참가자 수도 제각각이다. (달리기가 끝나면 약 1시간 뒤 참가자 수와 등수 그리고 기록이 이메일로 온다.)



같은 파크런 다른 문화


파크런은 시작 전 10분 정도 공식 브리핑이 있다. 장소마다 그곳의 몇 번째 이벤트인지와 코스 안내를 한다.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이때부터 분위기는 장소마다 다르다.

처음 온 사람들이나 축하할 일이 있는 참가자들을 열렬한 환영이 있는 곳,

조금 차분한 진행으로 진지한 곳.

출발 신호도 참가자가 많은 곳은 나팔 같은 호각을 불고, 적은 곳은 목소리로 한다.

출발 전에 겉옷을 바닥에 던져놓고 가는 곳.

차키나 열쇠등을 서랍이나 걸이에 걸어 두는 곳.

개 동반 러너들이 많은 곳.

끝나고 초콜릿 등 간식을 주는 곳, 심지어 강아지 간식까지 주는 곳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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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런의 풍경



그리고 달씨가 느끼기에는 어떤 지역 사람들은 평균속도도 빠른 곳이 있었다. 보통 가던 파크런에서 중간 정도였는데, 바닷가 어느 파크런에서는 같은 속도로 달렸지만 거의 꼴찌였다. 바닷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었을까.


파크런이 추구하는 바가 펀런(Fun run)이긴 하지만, 참가자들도 5Km를 16-17분 미만으로 달리는 사람들부터 천천히 걸어 1시간까지 속도도 다양하다.


서쪽 바닷가의 파크런 들은 강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고,

도심 내에 있는 것들은 접근성이 용이한 위치의 큰 공원 내 비교적 평이한 길을 달리는 코스이다.


바닷가 파크런, Turn Around



산속 파크런, 클리랜드


외곽으로 갈수록 산이나 국립공원에 있는 코스들이라 달씨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터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애들레이드 힐 (Adelaide Hills)에 있는 클리랜드 파크런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멀진 않지만 고속도로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다. 달벗과 운전하여 도착한 곳은 클리랜드 야생 동물원 주차장이었다.


산속이라 바람이 거셀 것은 예상했지만, 훨씬 센 바람에 겉옷을 절대 벗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출발지로 가는 중 대부분 사람들이 반발 반바지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도 뭔가 센 곳이라는 느낌이! 주변에 주택가가 있는 것이 아니고 걸어올 수 없는 특정 지역이라 산속 파크런의 참가자들은 서로 익히알고 있는 듯했다.


7월, 산속의 바람을 마주하고 서있는 사람들. 시작 브리핑에서 파크런 100번째 참가자의 세레머니가 있었다. 다른 곳은 박수를 쳐주는데 이곳은 100이 적혀있는 망토를 입혀주었다.


처음 온 우리에게 반환점에 대해 알려줬다.

"내려가다 오른쪽 길이 나오면 꺾어요. 그리고 다시 왼쪽길로 쭈욱 따라가요. 가다 보면 반환점 따로 표시는 없고, 언덕에 나무 하나가 보일 거예요. 거기서 돌아오면 돼요. 대부분은 오르막이니 내리막 나오면즐겨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반환점이 나무라니? 산에 나무가 얼마나 많은데.. 어느 나무인지 알 수 없는 채 시작했다.


과연 산속 파크런은 달랐다. 포장도로 없는 흙과 돌길에 오르막은 왜 그리 멀고 긴 것인지. 매번 달릴 때마다 힘들다고 생각한 지금껏 달려온 파크런은 모두얌전한 편이었다. 고저도가 출렁거리는 이곳은 마냥펀런이라 할 수 없었다. 달리기를 거의 포기하고 걷는데, 멀리 언덕 위로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아, 바로 그곳이구나.


순간, 동화 속 한 장면에 있는 느낌이었다. 저 푸른 언덕 멋진 나무, 그 아래 토끼가 잠시 자고 있을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완주 시간은 느려졌지만 달씨와 달벗은 알수없는 감동에 사진도 찍었다. 달벗은 정상의 풍경에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오고픈 곳" 이라며 내려왔다.


달씨의 파크런 인생 중 가장 힘들고, 완주 시간도 가장 느렸던 클리랜드 산속 파크런. 5Km가 50Km처럼 느껴진, 트레일 러닝의 짧은 맛보기 버전이었다고나 할까. 그 풍경과 근육의 놀람이라니.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 될 것 같은 곳이었다.

힘든 코스였지만, 달씨는 이상하게 다시 가보고 싶었다. 그게 트레일 러닝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아직 밟지 못한, 도전본능 일으키는 산중 파크런들이 몇 군데 있다. 다음에 다시 가려면 체력 무장을 더해야 할 듯했다.


산속 파크런 광경, 심지어 유모차 러너까지
클리랜드1.jpg Turn Around




티셔츠 꿍꿍이


장소마다 다른 풍광과 문화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달씨가 파크런에 집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마일스톤 티셔츠라지. 참가 횟수에 따라 기념티가 있다. 그 횟수를 달성하여 온라인에 기록이 있는 참가자에게만 주문 자격이 주어진다. 첫 마일스톤(milestone)이 25회이다. 그다음은 50, 100, 200..


달씨가 본 참가자 중 가장 높은 숫자는 500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1000이라는 숫자도 있다고 한다. 풍문으로 들었을 뿐 아직 보지는 못했다. 매년 52주에서 50번씩 했다 쳐도 꼬박 최소 20년은 걸리는 횟수이다. 500 아니 50만 봐도 너무 존경스러운 숫자인데, 1000이라는 등판을 만난다면 함께 사진이라도 찍고 싶을 것 같다.


"보라색 25 셔츠야 기다려~

올해 안에 만나자!"


중년의 귀여운 위시리스트 하나 쯤이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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