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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원 주미영 Dec 31. 2022

2022년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영화 <오두막>

지치고 힘들 때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스스로 만들어낸 비밀만큼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것도 없다’


 ‘어떤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한다는 의미다’


장편소설 <오두막>에 나오는 명대사들이다.

한 번도 소설을 써 본 적이 없던 파산에 직면한 한 가장이 여섯 자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썼다고 한다. 작가는 윌리엄 폴 영. 입소문을 타고 전해진 이 소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Top 100에 선정되기도 하고 지난 2017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전지전능하다고 하는 하나님은 왜 인류에게 고통을 계속 안겨 주실까? 살인자는 왜 태어나며 전쟁은 왜 일어날까? 도대체 왜! 하나님은 이해할 수 없는 사고와 재난을 허락하실까? 하나님이 정말 계시다면 막아주셔야 되는 것 아닐까? 나 또한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없이 해오던 질문이다.      



“맥! 오랜만이군요. 보고 싶었어요.

다음 주말에 오두막에 갈 예정이니까

같이 있고 싶으면 찾아와요.”

             - 파파.     


가족과 함께 떠난 캠핑장에서 막내딸을 연쇄살인범에게 유괴당해 잃고 방황하던 아버지 맥에게 숲 속 오두막으로 오라는 의문의 편지가 배달된다. 30년 만에 내린 폭설로 주변은 온통 눈으로 가득 쌓였는데 편지를 배달한 사람의 발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발신인도 적혀 있지 않다. 도대체 누가 우편함에 넣어 놨을까?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그 오두막은 바로 막내딸 미시가 살해당한 곳이기 때문이다. 파파는 그의 아내가 하나님을 부르는 호칭이다.    

  

옆집에 사는 친구가 장난친 줄 알고 찾아가 항의해 보았으나 친구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유령에 홀린 듯 맥은 친구의 차를 빌려 타고 홀로 딸을 잃었던 바로 그 현장인 <오두막>으로 향한다. 그리고 도중에 대형 트럭과 부딪힐 뻔한다.       


오두막에 도착한 맥은 아직도 남아있는 딸의 혈흔 자국을 보며 다시 한번 분노에 휩싸인다. 이번에는 바로 옆에 수많은 꽃들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숲 속 정원에 있는 한 집으로 초대받게 되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즉, 엘루시아(성부), 아들(성자), 그리고 사라유(바람의 숨결, 성령)라는 세 사람을 만난다.

      

다음은 맥이 파파(하나님)와 나누는 대화다.                         

맥:  “왜 여기에 오게 했나요?”

파파: “왜냐하면 여기에 묶여 있으니까. 우리 사이에 깊은 골이 파인 것 같아.
        자네 마음을 헤치고 우리 사이를 가르는 그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싶어.
        임시 처방은 결국 오래 못 가.”

맥:  “전지전능하다고요? 모든 걸 다 알고 동시에 모든 곳에 계시고
       무한한 힘의 소유자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제 딸을 죽게 하셨죠.
       가장 절박한 순간에 그 아이를 버리셨어요.”

파파: “아들, 자신의 고통만 볼 땐 날 못 보는 법이네.”   

  

하나님이 지금 맥에게 미시를 잃어버린 슬픔에만 빠져있어 그 아픔을 치유해 주고 싶어 오두막으로 불렀다고 이야기한다. 풀지 않은 채 놔두면 창조된 이유마저 잊어버린다고. 맥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고. 하지만 맥의 시간표는 늘 사랑하는 딸 미시를 잃은 그 순간에 멈춰 있다. 삶의 기쁨도 없고 믿음이 좋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큰 딸이 있음에도 오로지 잃어버린 막내딸 ‘미시’만을 생각하고 불행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맥과 파파의 대화다.                   

맥:  그 자를 용서하라고요? 고통을 주었으면 좋겠다고요... 파파가 고통을 주세요.

파파: 그도 내 아들이다. 그를 구원하고 싶어.

맥:  구원요? 지옥 불에 떨어졌으면...

파파: 다시 심판자가 된 건가?

맥:  벌을 모면하게 내버려 두신다고요?

파파: 그 누구도 벌을 모면할 수 없어. 모든 것엔 결과가 있으니까.   맥! 내면의 고통이 자넬 삼키고 있어. 기쁨을 앗아가고 사랑할 능력을 잃게 하지.


또 다른 이름의 하나님(사라유) 이야기한다.


인간은 자신의 잣대로 선과 악을 판단한다고. 그래서 나의 선과 이웃의 악이 늘 충돌함으로 말다툼이 일어나고 전쟁이 벌어진다고. 다들 신의 노릇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시에게 일어난 일은 악의 소행이라고.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다고. 이 세상에 신을 따르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는 한 악은 파고들 수밖에 없다고. 따라서 오로지 믿음만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세 사람과 함께 오두막에서 시간을 보내는 맥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여러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죽은 딸 미시가 행복하게 보내는 것을 보게 되고, 어렸을 적 자신에게 폭행을 가했던 죽은 아버지도 만나 사과를 받고 서로 용서하게 된다. 알고 보니 아버지 역시 자신처럼 어린 시절 상처를 받은 불쌍한 사람이었다.      


맥은 미시의 주검도 발견하고 아름다운 숲 속 정원에 묻어준다. 그리고 예쁜 꽃과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며 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게 된다. 어느 정도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자 파파는 맥에게 오두막에 남을지 집으로 돌아갈지를 결정하라고 한다. 맥은 파파에게 자신의 곁에 항상 있어달라고 부탁하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맥이 잠에서 깨어난다. 세상에나. 맥은 지난 주말 내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다시 말해 오두막에는 가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오두막에서 있었던 일은 어떻게 된 일일까? 지금까지의 스토리는 맥이 오두막에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꾼 꿈의 내용이다. 오두막은 꿈이라고 해도 한 가지 의문점으로 남는 것이 있다.  과연 파파의 편지는 누가 보냈을까?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맥은 이제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해서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에 빠져있던 큰 딸 케이트와 늘 엇나가기만 하던 아들 조시를 끌어안고 화해하게 된다. 예전 미시를 잃기 전 행복했던 시절처럼 가족 모두 하나가 된다.     

   




얼마 전 타계하신 이어령 교수는      

‘<오두막>은 어두운 시대의 절망을 이겨내는 가족의 거처이며 영혼의 거처이다. 현대인의 마음속에서 허물어져가는 사랑과 용서의 자리는 그곳에서 아름답게 복원된다.’라고 평했다.      


우리의 지난 1년도 돌아보면 무수한 아픔의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여러 사건 사고들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재산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미 상황은 바꿀 수 없으니 내 불행한 마음을 바꾸라고 주문하고 있다. 참 힘들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단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무 능력이 없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세상의 불행은 절대로 하나님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든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죄를 저지른 사람까지도. 그 죄인 또한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라고. 다만 인간은 용서하며 신앙 안에서 기쁨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두막>은 하나님의 사랑을 주제로 한 기독교 영화이자 가족 간의 화해와 용서, 사랑의 회복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가족 간의 마음의 응어리가 있는 분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분들, 치유가 필요한 모든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2022년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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