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눈발이 흩날렸다. 크리스마스가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오고 한 해의 작별을 준비하는 시간,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 ‘노엘 다이어리’를 보게 되었다. 영화에서도 오늘 서울의 날씨처럼 함박눈이 내린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베스트셀러 작가(소설가)인 남자 주인공 제이콥이 팬들에게 자신의 신작 소설을 발표하며 사인을 해 주는 장면으로 영화 ‘노엘 다이어리’는 시작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성공한 작가이자 37세의 싱글남이다. 가족 없이 늘 혼자 생활하던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 역시 홀로 집에서 반려견 ‘에이바’와 보낼 참이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자신 앞으로 집과 유산이 남겨졌다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이쯤에서 우리는 무슨 연유로 주인공은 어머니와 20여 년을 연락하지 않고 홀로 살아왔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향집에 간 제이콥은 어머니가 ‘저장 강박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 안 가득히 쌓인 쓰레기 더미를 정리해 나간다. 그러던 중 창밖으로 한 여성이 자신의 집 쪽을 향해 쳐다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여주인공 레이첼이다. 영화가 진행되며 밝혀지게 되지만 그녀는 입양아로서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친엄마를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고, 친엄마는 제이콥이 어렸을 때 이 가정에서 보모로 일했던 미혼모 노엘이라는 여성이다.
여기서 영화 제목 ‘노엘 다이어리’는 친엄마 이름에서 따왔음을 알 수 있다.
딸을 임신했을 당시 17세의 미혼모였던 노엘은 부모로부터 쫓겨나 제이콥의 집에서 보모로 일하며 일기장을 남겼다.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한 레이첼은 자신이 비록 친엄마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자신을 많이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안심한다.
다시 제이콥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왜 제이콥의 부모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부모와 연락을 끊고 살아왔던 것일까?
레이첼의 친엄마에 대해 소식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제이콥의 부모일 텐데 어머니는 이 세상에 없으니 그동안 연락을 끊고 살아왔던 아버지를 찾아 두 사람이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이콥은 아버지와의 화해보다는 그저 친구가 친엄마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마음뿐이었다.
자동차로 함박눈이 쌓인 숲길을 헤치며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 두 주인공은 조금씩 서로를 향해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 로맨스 영화만은 아니고 가족의 사랑도 강조한 영화임을 깨닫게 된다.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났지만 미안하다는 아버지의 말에 화가 치민 제이콥은 밖으로 뛰쳐나오고, 바로 그때!
기다리던 레이첼이 강한 어조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이콥! 잠깐 숨을 쉬고 생각해봐요. 지금 떠나면 끝인 거 알죠? 끝이에요. 영원히!! 35년이나 지났는데... 지금 떠나면 아버지랑 똑같다고요!!!"
"가족 중 처음으로 비상구로 나가지 않는 어른이 되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그때까지는 그저 수수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레이첼이 그 순간 정말로 아름다운 여성으로 빛나 보였다.
레이첼의 조언을 받아들인 제이콥은, 아버지와 다시 대면하게 되고 그간의 사정을 듣고 이해하고 화해하게 된다. 아내와 어린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던 아버지는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큰 아들 벤지(제이콥의 형)를 잃게 되면서 그것이 자신의 실책으로 비롯되었으며 이로 인해 아내가 정신 줄을 놓게 되었고 결국 집을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 등을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때론 감정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말하고 행동함으로 돌이키기 힘든 상황으로 이끌어갈 때도 적지 않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혹은 중요한 결정을 할 순간 우리 모두 곁에 있는 이들에게 선한 방향으로 안내해 주는 평화와 화해의 메신저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언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 '(잠언 16장 24절)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영화 후반부에 이를 때까지도 레이첼은 이미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있기에 제이콥과는 그저 친구 사이로만 만남을 이어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결론은? 이 글을 읽는 분들 궁금해진다면 꼭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반려견 '에이바'의 연기도 뛰어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기분이 든다.
리처드 폴 에반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노엘 다이어리>!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요즘, 가족과 함께 보면 가슴이 따뜻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