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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원 주미영 Mar 23. 2023

여주 영릉(英陵, 세종대왕릉)

 여주의 소나무숲에 잠든 나의 임금님

   

오늘은 조선 27분의 왕 중 가장 성군으로 칭송받고 있는 세종대왕을 만나러 경기도 여주의 영릉으로 향했다. 보통 조선 왕릉은 한양에서 4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여주의 영릉과 강원도 영월의 장릉(단종릉)만 예외다. 세종대왕릉인 영릉은 서울에서 약 80km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제4대 세종대왕(1397~1450, 재위 1418~1450)과 제17대 효종(1619~1659, 재위 1649~1659)이 모셔져 있다. 같은 영릉이지만 한자가 다른 영릉(英陵)과 영릉(寧陵). 능으로 가는 야외 뜰에 세종대왕상이 우뚝 서 있고 당시 발명된 각종 천문 기상 관측기구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곧바로 재실이 나온다. 관리자들이 머물면서 왕릉을 관리하고 제향을 준비하던 곳이다.   

 

세종대왕 영릉 전경

영릉(英陵)은 세종과 부인 소헌왕후가 모셔져 있는 합장릉이다. 능역의 경계인 금천교를 지나 홍살문이 나오고 제관이 향을 들고 가는 향로와, 임금이 걸어가던 어로가 정자각까지 길게 이어진다. 정자각은 왕릉에서 가장 큰 건물로 봉분 앞쪽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제향이 행해지던 곳이다.


원래 세종과 소헌왕후의 능은 아버지 태종이 묻혀 있는 서울 서초구 헌릉 옆에 있었다. 왕릉 형식을 간소화해서 하나의 봉분 안에 왕과 왕후를 함께 모신 조선 최초의 합장릉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풍수상 불길하다 하여 19년이 지난 후 예종 때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능을 옮길 때 정인지가 쓴 신도비를 그 자리에 파묻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1970년대에 발굴되었다. 당시 묻은 문석인과 무석인, 석양 등 각종 석물도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와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마당에 서 있다.    

 

세종대왕은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우리 민족 최고의 성군이다. 이토록 훌륭한 한글을 만들어서 우리 문화의 기초이자 번영의 토대를 쌓은 것은 물론, 역법, 농업, 과학, 음악, 의학,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중국의 것을 추종하기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이 우선이라는 신념, 그 신념을 견지할 수 있는 뚝심,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전문적 지식과 혁신적 사고, 신분을 뛰어넘어 재능 있는 사람을 등용하는 열린 용인술 등으로 세종은 아버지 태종이 피로써 다져놓은 왕조에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워냈다.     


소헌왕후는 왕실에 들어온 후 시아버지 태종에 의해 친정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비극을 겪었지만, 세종과의 사이에서 8남 2녀를 낳으며 해로했다. 하지만 그렇게 낳은 자식들 중 한 명인 수양대군(세조)은 어머니가 죽은 지 10년도 안되어 조정을 피로 물들였으니 왕실의 권력이란 이렇게 피를 부르는 것일까?


세종대왕 영릉은 수 천 수 만 그루의 소나무가 울창하게 둘러싼 가운데 드넓은 권역 전체가 그 어느 곳보다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다. 세종대왕이 우리에게 남겨준 걸 생각하면 이 정도 정성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왕의 숲길’을 따라 동쪽에 있는 효종릉으로 발길을 돌렸다. 700미터 남짓한 고즈넉한 산길을 숙종과 영조, 정조 임금이 행차했다고 한다. 효종 영릉(零陵)에는 17대 왕 효종과 부인 인선왕후가 잠들어 있다. 효종의 영릉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금천교가 홍살문 안쪽에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왕과 왕비의 봉분이 옆으로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동원상하릉은 효종 영릉이 처음이라고 한다. 효종 영릉 밖에 있는 재실은 조선왕릉 재실 중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어서 보물로 지정돼 있다. 향을 보관하던 안향청과 제기를 보관하던 제기고, 그리고 능참봉의 거처 등이 잘 남아 있다.  

 

영릉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는 묘미가 일품이다. 개화시기에 맞춰 진달래 숲길이 개방되고 외곽 숲길을 크게 도는 두름길도 일정 기간 개방된다고 한다.      


봄이 무르익는 이때 세종대왕의 자취를 느끼며 소나무 향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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