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7월 사이 주말을 이용해 총 4개 코스의 한양도성 순성길을 유튜브 촬영을 하며 완주했다. 여름 날씨였기에 좀 힘들었으나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역사에 대한 무지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고 앞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다.
태조 이성계는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후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서울)으로 옮겼다.(1394년) 그리고 경복궁 창건을 지시, 이듬해인 1395년 완공했다. 국가의 첫 궁궐을 완성한 지 1년 후인 1396년, 수도 한양의 경계선을 명확히 하고 외부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도성 축조를 결정했다. 같은 해 1월과 8월 2회에 걸쳐 총 공사 기간 98일 동안 전국 백성 약 20여만 명을 동원해 97개 구간(1구간 600척, 총 5만 9천5백 척)의 한양도성을 쌓았다.
도성의 전체 길이는 약 18.6km로 인왕산(동)과 낙산(서), 남산(남), 북악산(북)의 능선을 따라 쌓았다. 5~8m 높이의 성벽으로 동쪽에는 흥인지문, 서쪽에 돈의문, 남쪽에 숭례문, 그리고 북쪽에 숙정문 등 사대문을 두었고 이 문들 사이에 혜화문(북동쪽), 광희문(남동쪽), 소의문(남서쪽), 창의문(북서쪽) 등 사소문도 함께 설치해 백성들이 출입하도록 했다.
처음 축조 시 성문은 총 8개였지만 일제강점기 때 돈의문과 소의문이 철거되면서 지금은 6개 성문만 남아 있다. 그리고 일제의 도로건설 등으로 멸실 구간이 약 5km에 달해 현재 남아있는 성곽의 길이는 2020년 기준 13.7km다. 한양 순성길을 걸으면 알 수 있듯 지금도 ‘각자성석’이라고 해서 당시 성곽을 쌓을 때 담당했던 지역과 책임자의 이름 등이 적혀 있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건축 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태조 때 쌓을 때는 산에는 돌로, 땅에는 흙으로 쌓았는데 시간이 흐르며 여러 차례 개보수하고 조선 후기로 갈수록 더욱 정교하게 다듬은 돌로 성을 쌓았음을 알 수 있다.
한양도성은 지난 600여 년간 조선과 대한제국, 대한민국 수도의 든든한 울타리로 존재해왔다. 군사시설 보호를 위해 북악산 일부 구간을 오랫동안 통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전면 개방으로 신분증 없이 출입할 수 있게 되었고 개방시간도 확대되었다. 특히 올(2022년) 4월에는 북악산 남측(청와대 뒤편)인 숙정문에서 청운대와 삼청동으로 연결되는 길을 개방했고, 5월에는 청와대 전면 개방으로 인한 청와대-백악정 구간을 시민에게 돌려줬다.
한양도성은 서울의 아름다운 풍광을 잘 볼 수 있어 꽃피는 봄이나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찾는다면 훨씬 분위기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하루에 한 코스씩 총 나흘 동안 천천히 역사문화현장도 함께 방문하며 600여 년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 본다면 더욱 보람된 길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한양도성 순성길을 걸으며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다 보면 일제가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을 더욱 피부로 체감하게 되며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공부한 만큼 서울이 다시 보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