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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Jan 07. 2025

촛불 /초록慧



내 소원은 말이야.



짙은 어둠을 밝히는 촛불 앞에 서서

차근히 두 손을 모으고


누군가 듣고는 채갈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이름 모를 하늘에

간절히 소망했던,



그날의 내 소원은 말이지.



나의 계절이 또 돌아오면,


우리 그 계절에


우리 그 여름에


다시 함께 이 소원을 빌게 해 달라는 거였어.


하늘에게 소원을 소원 빌었지.



그런데,


하늘에게 소원을 소원빌 수는 없나 봐.


하늘은 그게 잘 안되나 봐.



차라리 네가

내 여름을 떠나가지 않도록


내가 보여준 그 계절의 햇살을 네가 영원히 사랑할 수 있도록,


나를 더 깊이 사랑하게 해달라고

하늘에게 빌걸 그랬어.



너를,


너를 말이야.


내 안에서 살아갈

너의 영원을


간절히 빌걸 그랬어.



초라해진


나의 계절


나의 여름


나의 촛불


나의 소원.



그날의 하늘은


너에게서 어떤 소원을 들었을까.



너도,


나와 같은 사랑이었을까.




<소원> By초록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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