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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Nov 28. 2022

“여보, 당신 정신병원 좀 가봐.”

정신병원이라고?

2020년 5월의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여보, 당신 정신병원 좀 가봐.”     


아니, 남편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결혼 전 상담을 받아 본 경험은 있었지만 정신병원에 가라고 하니, 반감이 훅 들었다. 그 정도인가?     


주말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 것 같고 숨이 막히고 눈물이 줄줄 났을 뿐인데. 왜 그러는지 뭐 때문에 그러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서 꺽꺽 소리를 내며 가슴을 쳤을 뿐인데. 침대에 있는 몸이 안방과 분리되는 것 같은 느낌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을 뿐인데.     




다음 날 어김없이 출근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숨을 못 쉬겠더니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나와 자동차가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 사고가 날 것 같다. 운전하면 안 되겠구나.’     


갓길에 차를 세웠다. 남편 말이 맞았다. 그 정도였다.      




처음엔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고 잠을 조금 설쳤다. 대학병원에서 약을 타 먹었지만 출근하면 음식을 먹기가 힘들었다. 점차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도 거르기 시작했다. 기억이라는 걸 하기 시작한 이후로 아침을 거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아예 굶었던 것은 아니다. 퇴근하면 미친 듯이 몰려드는 허기에 저녁을 폭식하곤 했으니.     


좀 지나자 잠을 잘 수 없었다. 헉 소리를 내며 놀라듯이 깨기 일쑤였고 깨면 잠이 오지 않았다. 분명 한번 잠들면 잘 깨지 않는 나였는데 말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으면 말하는 나와 교실과 아이들이 흩어지는 느낌이 간혹 들었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무어라 설명할 수 없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할 때면 ‘숨을 어떻게 쉬었더라’ 생각해보다가 천천히 숫자를 세며 숨을 마시고 내뱉곤 했다.  




이 모든 걸 떠올려 보고는 병원에 가야겠다 싶었다. 학교에 숨이 안 쉬어져 병원에 들렀다 가겠다고 전화를 해두었다.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다니고 있던 대학병원 신경정신과에 갔다. 당일 접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날짜로 예약을 잡았다. 도저히 학교에 갈 수 없어서 근처 신경정신과를 찾아가 검사와 상담을 받았다. 먹는 약도 처방받았다. 더 힘들 때 먹을 수 있는, ‘위급 시’라고 적힌 약도 따로 한 병 더 받았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출근을 못하겠어서 신경정신과에 다녀왔어. 약도 받았어.” “잘했어.” 퇴근 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학교에 너무 들어가기 싫었다. 하지만 다시 전화해서 병가를 내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얼마 전 들었던, 이 증상의 원인이 되었던  근거 없는 비난을 또다시 들을 것 같았기 때문에.     

 

결국 학교에 들어갔다. 어디가 어떻게 아팠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날이 시작됐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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