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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Dec 04. 2022

억울하다, 억울해.(2)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

교장실에 불려 간 게 처음은 아니었다.

갈 때마다 업무가 있어서 간 부장님들이 고성 앞에 작아져 있다던가, 개인적 사정-예를 들면 꼭 해마다 해야 하는 건강검진-을 이유로 복무에 대해 얘기하러 간 선생님이 폭언을 듣고 울고 있거나 했다. 교육청이나 교사단체에서는 업무경감과 교사의 권리를 위해 대면보고 없이 결재시스템을 이용하라고 했지만 그런 공문은 소용이 없었다. 대면보고 없이 결재를 올렸다간 바로 호출이니. 더 큰 소리를 들을 테니.     


그래서 교장실에 불려 간 건 처음이 아니었다. 아이가 아파서, 아이 어린이집 방학이어서 남편에 친정 부모님까지 다 돌려 아이를 맡고 나서 하루만 자녀 돌봄 휴가를 쓰려고 할 때도 늘 교장실에 불려 갔다. 그때마다 안 된다고, 조퇴를 하라고 하여 아이를 이웃에 맡기고 조퇴를 했다. 미리 수업을 교환해서 다 해두어서 수업이 없어도 출근을 했다. ‘이럴 거면 일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이번에 불려 간 것은 세 명의 여교사였다.

육아시간을 쓰는 엄마들이었다. 교장실에 들어가니 맞은편에는 교감선생님이 상황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부장 선생님들과 함께 앉아계셨다(나중에 모두는 서로에게 서로가 사과했다. 영문도 모른 채 호출되셔서 곤란하셨죠, 죄송해요. 못 도와줘서 미안해요. 힘들 텐데 어떡해.).     


각자 가정이 어떤 상황이길래 육아시간을 꼭 써야 된다는 건지 그 상황 좀 제대로 설명을 해봐.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입 밖으로 뱉다니. 모두 경직된 그 자리에서 누군가는 개인적인 이야기라 하기 싫다고 했고, 누군가는 자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울었다. 이야기를 하는 이도, 듣는 이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공격을 그만두지 않았다. 실실 웃으면서.     


이럴 거면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고.     

누가 그랬던가. 공무원은, 교사는 철밥통이라고. 그런데 그 철밥통이 두드리고 발로 차고 찌그러뜨려졌다(찌그러진 채로도 버티기만 하면 되어서 철밥통인가. 튼튼해서 누군가 맘껏 두드리고 찌그려도 상관 없어서 철밥통인가. 모르겠다.). 권고 휴직이나 권고사직이 법에 규정된 특수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안 되기 때문에 철밥통이라고 하는 것일 텐데. 저 말을 하고 있는 저 사람은 권고 휴직이나 권고사직을 명할 수 있는 임용권자도 아닌데.      




그리고 이어지는 말, ‘교감 샘, 그것 줘봐. 병가,  육아시간... 작년 근무 일수 보면 제대로 일한 날이 없어. ’

     

아닌데, 진짜 열심히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는데. 학생들한테 인기도 많고 수업도 재미있게 잘하는데. 나 자신도, 내 자식도 뒤로 하고 모든 걸 했는데. 근무는 다 이유가 있었잖아. 교감 교장 당신네들이 다 승인해줘서 병가도 육아시간도 썼던 거잖아. 제대로 일한 날이 없다고 말하면 그걸 승인해준 당신들도 문제가 있는 거잖아.


아, 모두가 들러리고 내가 타깃이었구나.      


모든 공격은 저 말을 하기 위한 밑밥이었다는 것을, 그 최종 목표물이 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들러리였구나.


심장은 터질 듯이 빨리 뛰고 지금 있는 곳에서 몸이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확 쪼그라드는 것 같기도 하고. 귀에서는 웅웅 윙윙거리며 심장이 머리에서 뛰는 것 같기도 하고. 눈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숨이 콱콱 막히고. 며칠 째 지속되던 증상이 폭발하듯 올라왔다. 죽을 것만 같았다. 아니 죽어야 될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죽으면 끝이 날까?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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