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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Feb 04. 2024

핸드폰을 놓으려 한다

버려야 할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크게는 옷, 밥솥, 쓰레기통부터 작게는 아이 장난감, 오래된 서류나 청구서까지 꽤 많은 것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 덕에 드레스룸과 안방 붙박이장에 이불, 여행용품, 내 옷, 아이들 옷 모두를 넣을 수 있었다. 거실에 돌아다니는 물건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아직도 방 한 켠에는 미처 팔리지도 나눔 되지도 버려지지도 못한 채 팔리기를 기다리거나 예정된 새 주인을 만날 날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냉정히 내쳐지길 기다리는 물건들이 마구잡이로 쌓여있다. 


그 방을 보면 속이 답답해지는 것이, 방 전체를 비워버리고 싶은 욕구가 들게 하면서도 정말로 방을 통째로 내다 버리는 것이 아닌 이상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필요한지 아닌지 판별해 가며 적절히 처분하는 그 과정이 엄청 고통스럽고 지난할 것 같아 쉬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건조차 다 내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려야 할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니 무슨 우스운 소리인가 싶지만 몇 가지 물건이라도 버린 지금 내가 버려야 할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 안 좋은 습관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가 며칠 전 엄마에게 본받고 싶은 모습은 '정리를 잘하는 것과 부지런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에 감사함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정리를 한다고 하긴 하는데 정말 잘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부지런한 건 약간 자신이 있는 부분이었기에 아이는 다 관찰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므로 본받고 싶은 부분뿐만 아니라 닮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용기가 없어 묻지 못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여러 모습 중에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쌓여있던 물건만큼이나 가득 찬 잡생각이었으며, 그게 가득 차도록, 차 있는 것을 모르고 회피하도록 돕는 핸드폰을 많이 하는 습관이었다. 


그래, 이번엔 습관을 정리하자.






'도둑맞은 집중력'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우리는 습관에 매여 있지 않습니다. 습관은 끊을 수 있어요. 언제나요. 우리는 습관을 바꿀 수 있어요. 그 방법은 내적 트리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과 그 행동 사이에 일종의 틈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핸드폰을 켜는 순간, 아니 가까이에 있다면, 아니 가까이 있지 않아도 핸드폰은 나를 소환한다. 카톡은 물론이고 때때로 할인쿠폰을 준다던가 하는 마켓컬리와 오아시스의 문자가 제일 자주 부른다. 거리가 있어도 손목에 채워진 애플워치가 누가 부르는지 알려준다. 손목을 들어 올리면 나는 그 안으로 쏙 들어간다. 지금 막 온 메시지를 확인한 뒤 알림을 꺼놓은 단톡방도 쓱 훑고 나온다. 그러고 나면 볼일만 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날 부르지 않은 인스타그램에도 한번, 네이버웹툰에도 한번 들어갔다 나온다. 


정신 차리면 10분, 20분이 말 그대로 순삭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환당하다 보면 분명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흐름이 끊겨 다시 우왕좌왕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집이 정신없이 부분 부분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그런데 흐린 눈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핸드폰으로 도망을 가다 마음을 놓아버린, 때로는 그게 편해서 그렇게 그냥 있어버리고 싶은 자신을 말이다. 


책의 이어지는 내용은 이렇다. 


그는 이와 비슷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10분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맞는데, 그 규칙이란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때 10분만 기다리는 것이다. 

그는 앱이 온종일 우리를 방해하고 우리의 집중력을 없애지 않도록 핸드폰의 알림 설정을 바꿀 것을 권하고, 핸드폰에서 앱을 최대한 지우되 남겨야 할 앱이 있다면 그 앱의 사용 시간을 미리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메일 구독을 취소하고, 가능하다면 이메일의 '업무 시간'을 정해서 하루에 몇 번만 확인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20만 독자가 선택한 2023년 독보적 베스트셀러라는데 과연 그 다운 답을 제시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어 들었던 저 책을 죽 읽어 내려가며 얼마나 많은 순간 집중력을 잃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찾아올 때다. 이미 환경은 노출되지 않을 수 없으나 꼭 필요할 때, 사용해야 할 때 꺼내 쓰고 문득 핸드폰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는 잠시 숨을 고르기로 한다. 대부분은 '내적 트리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므로. 그러면서 할 일을, 짐처럼 쌓여 있는 할 일을 하나하나 쳐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집만큼이나 복잡한 마음도 조금은 정돈되겠지. 순간순간 도망치듯 미루던 정리도, 글 쓰기도 약간은 더 부지런히 해내는 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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