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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Sep 20. 2023

(알 수 없음)

나를 지웠다

글쓰기가 한동안 또 힘들었다. 사실 지금도 힘들다. 부채감과 무력감.

8월 10일. 여기까지 쓰고 멈췄다가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에야 다시 이어 써본다.


'왜 저러는 걸까, 나는 절대 안 그래야지'라고 했던 사람도 그런 다짐은 한 적이 없었다는 듯이 아이가 태어나면 카카오톡 프로필와 인스타 등 sns 계정에 아이 사진으로 도배하곤 한다는 얘기를 읽고 웃었다. 내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곧 친구들의 얘기였기도 했다. 업데이트되는 프로필을 보면서 많이 컸다, 귀엽다, 예쁘다, 사진 좀 더 보내봐라, 동영상은 없냐 하고 안부를 묻고 답했다. 배경은 남편과 둘이 찍은 사진, 프로필 사진은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 사진은 시기마다 달라졌어도 카카오톡엔 가족사진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19년, 나는 나를 지웠다. 가족도 지웠다. 이름도 지웠다.

(알 수 없음)


학부모 때문이었다. 내가 알려주지 않은, 업무폰도 아닌 원래 번호를 알아내어 연락했던 그 학부모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어떻게 아셨냐 물으니 답은 않고, 카톡 보니 선생님 맞던데 전화를 왜 안 받았냐고만 했던, 가족 간호를 위해 연가를 썼더니 개인 사유로 좌지우지되어서야 되겠냐고 했던 그 학부모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를 지웠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주변에서 연락을 해왔다. 구구절절 말할 수가 없어서 대략적으로 말을 하고 나면 안타까움이 담긴 탄식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탄식은 나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 꼬르륵 꼬르륵.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게 교권보호위원회였다. 썩은 동아줄이었다. 흡-하고 다시 숨을 참고 버텼다.


3년이 넘게 지났다. 한참 숨을 참고 겨우 물밖으로 나왔는데 이상하다. 다시 물 속인 것 같다. 지난주 두 달 만에 병원에 갔다. 분명 두 달 전엔 종결을 말씀하셨던 의사 선생님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근데 그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3년 전엔 미친개가 되기로 마음먹고 잔인하게 물어뜯어주리라 이를 악물었는데. 지금은 누굴 향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달 뒤에 다시 보자고 하며 그전에라도 필요하면 바로 오라고 했다. 숨이 찬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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