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살짝 벗어나 구불구불 시골길을 달렸다.
그렇게 낯선 길을 따라 도착해 보니 이번에 새로 개척한 마이볼링장은 항상 가던 곳과 달리 이층으로 나눠져 있고 간간히 9시 오픈부터 출근한 볼링마니아들도 보였다.
제일 안쪽 끝의 1,2라인을 배정받은 오성군과 엄마.
자, 그럼 이제 오늘의 볼링을 시작해 볼까.
그렇다.
난 최근 두 달 사이 볼링에 푹 빠져버린 열세 살 오성군이다.
5학년때 반에서 가장 절친이던 원이가 바로 내 인생 볼링의 시작점이었다. 6개월 전에 볼링강습을 받았다던 원이는 언젠가 자기랑 한번 볼링장을 가자고 제안했다. 물론 난 처음이지만 같은 초보볼링친구 도현이를 엮어 허새 가득 안고 까마득히 옛날 한번 처본적이 있다며 흔쾌히 오케이를 불렀다. 하지만 역시 강습의 맛을 받아본 원이를 이겨먹기엔 너무 볼링엔 초초초짜들이었다.
그야말로 원이의 원맨쇼 타임!
그냥 한마디로 말해 대박 깨지고 말았다. 백이란 숫자조차 기본값으로 받아보지도 못한 채 가진 건 자존심밖에 없는 나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마상(은어:마음의 상처)만이 남았다.
그런데 꼭 그것만 남은 게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그 이날 이후 볼링이 자꾸 내 마음 어딘가 한쪽에 남아 간질간질 기분 좋게 긁어대는 것이다.
결국 나의 적극적인 볼링에 대한 흥미어필과 주말 여유시간이 마침 돌아왔으니 집 근처 라지볼 볼링장으로 가보자고 엄빠를 설득했다.
그래. 우리 가족도 가보자! 볼링장으로 고고!
그렇게 나 오성군의 시련 가득 화끈한 볼링시대가 드디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