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제법 더워졌습니다. 길가의 풀들도 짙은 초록으로 물들며, 단단히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네요. 풀 사이 좁은 길은 며칠째 이어진 더위에 흙가루가 일 정도로 햇빛에 바짝 말라 있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코끝에 이슬방울이 맺히니, 어느새 한여름 한가운데에 와 있는 듯합니다.
집 옆 작은 개울에서 졸졸 물소리가 들립니다. 돌 사이로 경주하듯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도 덩달아 춤을 추는 듯합니다. 아이는 고무신을 벗고 발을 물에 담가 봅니다. 발가락 사이로 요동치는 차가운 흐름이 마음까지 간질입니다. 이번엔 두 손을 담가 한 움큼 물을 떠보지만, 물은 곧 제 갈 길로 떠나듯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아이는 몇 번을 잡았다 놓았다 하다가 개울물이 시작되는 곳을 올려다봅니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커다란 돌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당당히 놓여 있습니다. 아이는 발을 옮깁니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알과 미끄러운 돌의 촉감이 재미있나 봅니다. 두 팔을 벌리고, 넘어질 듯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양손에 고무신을 꼭 쥔 채 허수아비처럼 천진하게 걸어갑니다. 넘어질까 걱정하는 기색은 없습니다. 오히려 더 즐거운 놀이라도 되는 듯 여기저기를 밟으며 나아갑니다.
몇 발자국 더 가자 도착했네요. 아이는 두 손에 쥔 고무신으로 물을 퍼 보고, 돌 사이 바닥을 손으로 더듬습니다. 모래알과 작은 돌들이 고무신 속으로 사락사락 들어옵니다. 그러다 무언가를 찾는 듯 돌을 살짝 들춥니다. 얼마 전 언니와 잡았던 가재가 또 나타날까, 숨을 죽이며 물속을 들여다봅니다. 물에 비친 아이의 얼굴이 세상 진지합니다. 돌 사이로 무언가 스치듯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집니다.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제발… 고무신 안으로 들어와라.”
아이는 중얼거리며 고무신을 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곧 두 고무신을 맞대어 들어 올리지만, 그 안엔 모래알만 잔뜩 담겨 있을 뿐입니다. 이번엔 다른 돌 쪽으로 시선을 옮겨 손을 넣었다가 천천히 펼쳐봅니다. 커다란 가재가 들어 있길 기대했지만, 손바닥 위엔 작은 새끼 물고기 한 마리뿐이네요. 실망한 듯 아이는 털썩 개울물에 주저앉습니다.
시원한 물줄기가 엉덩이를 간질이며 다시 노래합니다. 아이는 방금 전의 아쉬움을 잊은 듯 물살의 시원함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진한 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흘러가는 제멋대로 생긴 구름들이 또다시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아이의 작은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손끝에 남은 물의 감촉과 햇살의 따스함이 마음을 채워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의 여름 한 조각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