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끝에 머문 여름 소리

by 이화

여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잔잔하게 퍼지는 풀벌레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네요.

길가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다 보면, 아이는 졸린 듯 고개를 꾸벅 떨구곤 합니다.

낮 동안 숨죽였던 개구리들이 어김없이 우렁찬 합창을 시작하면, 아이는 덩달아 신이 납니다.

가만히 있어도 여름이 아이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함께 놀자고 손을 내미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집 마당 앞에는 작은 논이 있습니다. 그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의 노랫소리가 늘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니, 그 개구리를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어집니다.

그러던 중 아이의 눈에 노란 호박꽃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엄마의 도움이 필요해집니다.

엄마는 대나무 막대기에 실을 달고, 철사를 살짝 구부려 제법 낚시바늘 같은 모양을 만듭니다. 그 끝에 호박꽃잎을 매달며 개구리 밥이라 말하지요.

아이는 신이 나서 대나무 낚싯대를 들고 논 앞으로 달려갑니다. 노란 호박꽃잎을 데롱데롱 흔들며 개구리를 유인합니다. 그러자 정말로, 하나둘 개구리들이 꽃잎을 향해 폴짝폴짝 뛰어오릅니다.

아이는 숨을 죽이고 온 시선을 낚싯대 끝에 모읍니다. “한 마리만…” 속으로 간절히 빌지요.

드디어 눈먼 개구리 한 마리가 한입 크게 호박꽃을 물더니 낚싯대에 걸려듭니다.

아이는 놀란 듯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낚싯대를 들고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다시 엄마의 손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엄마가 개구리를 살며시 마당에 풀어주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바라봅니다. 그렇게 보고 싶던 개구리인데, 막상 마주하니 말 한마디 없이 폴짝 뛰어 앞논으로 돌아가버립니다.

“한 곡조라도 부르고 가지…” 아이는 살짝 아쉬운 듯 개구리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습니다.


밤이 오기를 아이는 기다립니다. 오늘 만난 그 개구리가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합니다.

호박꽃에 걸려들었던 해프닝을 노래로 들려줄까요, 아니면 처음 만난 아이 이야기를 할까요?

그렇게 궁금증을 품은 채, 아이의 여름날은 조금씩 더 깊어갑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름밤이 찾아오면, 여전히 그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때 아이의 마음속에 살며시 피어난 여름의 온도, 그 따뜻한 기억이 지금도 귀 끝을 간지럽히듯 속삭입니다.

“개굴, 개굴… 여름이 또 왔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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