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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뜰지기 May 14. 2024

온작품 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어보자.

 온작품 수업을 시작할 때 가장 막막한 것을 꼽으라면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은 교사가 알맞은 작품을 선택할 안목을 갖추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을 선정할 때는 어떤 점을 고려하여 선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세운 작품 선정 기준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교육과정’과 ‘학생’이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 위해서 학년의 교과별 성취기준을 통합적으로 살펴야 하고, 그 작품을 읽는 학생의 수준과 배경지식, 관심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4학년 1학기에는 김리리 작가의 《화장실에 사는 두꺼비》를, 4학년 2학기에는 진형민 작가의 《소리 질러, 운동장》을 선정하였다.

《화장실에 사는 두꺼비》는 위의 선정 기준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도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변비에 걸린 주인공 준영이가 화장실에서 두꺼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일상 판타지로 그려냈다. 여기 등장하는 두꺼비는 학생들의 교육 공간이자 생활 터전의 일부인 구룡산(학교 뒷산이다. 학교에서 바로 오를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어서 생태 교육의 터이자 생활공간이기도 하다.)에 사는 친구였고, 가끔 학교에 놀러 오기도 했으며 3학년 과학 교육과정에서 ‘동물의 한 살이’를 배울 때 함께 다루는 친숙한 동물이다. 학생들은 3학년 때 온작품 수업을 접해 본 적이 있다. 그 수준에서 약간의 분량을 늘리고, 학생들의 일상과 친숙한 내용을 고려하였으며 사회 과학 등의 주제 통합 프로젝트와의 연결점도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2학기에는 1학기 온작품 수업을 통해 단련된 실력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좀 더 긴 호흡의 책을 읽고자 글밥이 많고, 글씨가 더 작아진 《소리 질러, 운동장》을 선정하였다. 후보군이 몇 개 있었는데 이 책이 선정된 가장 큰 배경은 학생들의 공통적인 경험인 1학기 말의 ‘발야구 반대항전’이다. 발야구 토너먼트 경기를 진행하면서 야구에 대한 규칙을 익혔고, 경기를 통한 승리의 기쁨과 실패의 쓴맛이 생생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기에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장점이 되었다. 또한 진형민 작가 특유의 낯설지만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들은 다양한 어휘를 접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어휘력 신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작품을 선정하고 나면, 큰 고개 하나를 넘은 것이다. 다음 고개는 교육과정 재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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