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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뜰지기 May 16. 2024

선생님, 이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온작품 수업 교재 만들기

 작품을 정했고, 교육과정을 알맞게 재구성하였으니 이제 수업을 하면 되겠지? 그렇지 않다.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교재가 필요하다.


 교재를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 교과서의 플랫폼을 참고하면 편리하다.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어느 단원이고 주제에 알맞은 작품을 싣고, 그 작품의 내용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생각 및 확장된 활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재를 구성할 때도 먼저 읽은 내용을 확인하는 문항이 기본이다.


 내용 확인 문항을 만들 때는 중심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을 되도록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듯이 듬성듬성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꼼꼼하게 읽고 기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만 사실에 기초한 추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엄훈(2012)의 저서인《학교 속의 문맹자들》에 나오는 ‘창우’처럼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자신의 경험만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이 지점에서 불안해한다.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것은 자칫 학생들에게 지루함, 어려움으로 느껴지고 그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교사는 수업이 재미없고 따분해질까 봐 걱정스럽다. 또 어디선가 그런 수업은 학생들을 괴롭히는 무의미한 반복연습(drill and kill)에 불과하다는 말도 들은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문제를 푸는 것이 정말 학생들을 괴롭히는 무의미하고 따분한 짓일까?


 교재를 만들고 수업을 해본 교사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거짓된 어른들의 착각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교사 개인의 경험으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EBS 다큐로 제작되었다가 책으로까지 출간된 <다시, 공부 다시, 학교>에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이 등장한다.

 실험에 참여한 초등학생 열명에게 기름떡볶이 만드는 영상을 보여주며 내용을 놓치지 말고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을 다 본 후, 자신이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다고 생각하는지 백분율로 적도록 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높은 수치를 적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실제로도 잘 이해했을까? 기억나는 대로 기름떡볶이 만드는 순서를 말해달라고 했다.
(중략)
 학생들은 평균 80% 정도를 이해했다고 대답했지만 막상 질문을 해보면 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아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많이 기억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질문을 받으니까 기억이 안 나요."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힌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다시 보게'된다. 결국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은 '알지 못한다고 깨닫는 것'에서부터 공부는 시작되는 것이다.
                                                                                  <다시, 공부 다시, 학교> p.49-50

 눈으로 볼 때는 거의 다 아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그것을 설명하자니 잘 안된다.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통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리사 손 교수는 학생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할 기회를 계속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직접 답을 찾아보게 하는 것이 그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내가 답을 아는지 알려면 그 답을 꺼내봐야 돼요. 꺼내보면 판단할 수 있습니다. 꺼내지 않으면 아는지 모르는지 판단도 안 되고, 꺼내는 연습도 안 돼요 오랫동안 꺼내는 연습을 해봐야 해요. 이 꺼내보는 노력이 바로 학습입니다. 답이 틀렸거나 답을 찾는 데 힘이 들고 너무 오래 걸리면 '내가 못하는구나, 실패했구나'하고 일찍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모르는 시기를 견뎌내야 합니다."   
                                                                                  <다시, 공부 다시, 학교> p.51-52

  <메타인지 학습법>의 저자인 리사 손 교수는 자신의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수시로 테스트한다. 이것을 책에서는 '인출 연습'이라고 표현하는데 자신이 배운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BS 다큐프라임 - Docuprime_[교육대기획] 다시, 학교 3부- 시험을 시험하다_#001 (youtube.com)
 텍스트를 읽고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이와 같다.
그러므로 문항이 많아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학생이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혹은 학생이 알았으면 하는 표현이나 작가의 의도가 담긴 표현을 한 번 더 볼 수 있도록 문항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P.S

  수업 중에 교사가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물론 대답을 곧잘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대일의 상호작용이 아닌 이상 개개인의 이해도를 정확히 헤아릴 수 없기에 교사들은 이 지점에서 잘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질문에 답을 잘한다고 속지 말자! 일부의 뛰어난 학생들의 목소리에 가려져버린, 갈 곳 없이 허공을 헤매는 눈동자들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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