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지만 적성을 찾아서, 신제품개발팀 RA 업무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게 뭐는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라면 동의할 수도, 반박할 수도 있을 테고, 제약회사를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약학대학생이라면 그 이유가 궁금할 것 같다.
다음 글을 통해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우선 지금 쓰는 글은 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회사가 기준의 대부분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벤처나 중소기업의 내용과는 다를 수도 있는데, 큰 흐름에서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장점과 단점을 한 가지씩 번갈아 가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ㅡ 같이 일하는 팀원 20여 명 대부분이 약사입니다.
호칭도 직책이 없으면 상호 간 약사님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신입인 팀원임에도 인정을 해주는 부분이 있다. 제약회사 일반의약품 마케팅 부서에서는 고객이 약사이기 때문에 회사 내 약사에게도 어느 정도 존중해 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약사라는 공통점이 작용한다. 좁은 약사 사회라 같이 아는 지인도 많고, 얘기할 때 공감대 형성이 쉽다. 회사에 적응하기가 쉽다. 서로 약국 약사가 아닌 산업약사로 만난 약사 중 특별한 케이스라 동질감이 있다. 과거 약대 학창 시절, 미래에 대한 계획, 현재 개인적인 문제 등 서로 이해가 쉽다. 임원분들과 심지어 사장님도 약사이니 회사 생활에 있어서 이런 부분은 큰 장점이다.
ㅡ 면허증으로 인한 추가 수당은 없다 또는 작습니다.
약사수당이 있을 거다라는 소문이 있지만, 소문일 뿐이고, 실제로 면허가 있기 때문에 매달 얼마를 더 받는다, 하는 건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추가 수당이 있는 곳은 다르겠지만 다수의 제약회사가 그렇다.
약사면허증이 스펙처럼 평가에서 플러스 요소가 되는 게 없진 않겠지만, (임원이 약사인 경우 플러스 요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회사원들은 일을 잘하는 게 최고다. 어쨌든 회사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성과를 잘 내야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제약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선 일부 고용해야 하는 필수 인력이 있다.
공장에 제조관리약사, 안전관리업무에 필요한 안전관리약사 등 인력은 추가 수당이 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이 아니라면 이런 직책은 보통 연차 있는 분들이 담당한다. 서명을 하는 책임도 있고, 이슈가 생겼을 때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런 인력 말고는 약사에 따른 수당은 따로 없는 것 같다.
ㅡ 아무래도 전문직이라는 보험이 있습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돈 벌 수단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약국에서 근무하거나 자본을 모아 약국을 차린다는 등. 물론 그래서 대충 일하는 건 절대 아니다. Quiet quitting 은 아니다. 회사가 기대하는 부분이 있고, 회사에 진출하는 약사들은 그만큼 열정이 있다.
대충 회사일을 할 생각이었으면 학교 성적을 잘 받고, 스펙을 쌓고, 치열한 취업 전선의(경쟁자들이 약사나 경력직) 경험을 일부러 하진 않았을 것이다. 약간 자신감의 문제다.
퇴사로 인한 생계유지에 있어 좀 더 여유로우니, 보너스 목숨이 하나가 더 있는, 회사 생활에 있어 당당할 수 있다. 사실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ㅡ 회사원이기 때문에 약사 면허 이용을 제대로 못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장이며, 소득이 비교가 안 되는 개국 약국장 친구들이 부럽고, 비교하게 된다. 지금쯤 되면 동기의 절반은 약국장님이다. 그런 점에서 회사 생활 동안 고민이 많다. 돈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도 퇴직에 대해 고민한다.
그렇다고 약사라는 전문직 직업을 아무것도 이용 못 하는 건 아니다. 제약회사 다니는 약사들은 공공연히 주말을 이용해 약국이나 병원에 근무한다. 시급이 꽤 많기 때문에 체력이 되는 한에서 많이들 한다. 이런 건 면허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ㅡ 제약회사 근간인 약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전문가입니다.
제약회사 업무 전반에는 기본적으로 약학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개발팀의 경우는 약학적 지식은 없으면 취업이 안된다. 신입이 왔을 때 Acetaminophen과 NSAIDs의 차이를 설명해야 한다면 끔찍하다. (Target molecule 차이에 따른 항염 작용의 유무) 문헌 검토, 유관 부서와 업무, 아이디어 발굴 등 모든 업무에 약학이 이용된다. 그 외 사소한 얘기이긴 하지만 일반의약품 개발할 때, 약국에서 일했거나, 실습했던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회사의 일원으로 면허 있는 사람이 약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직 본연의 업무가 아닌 회사일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가 회사 일하는 경우 등. 특별할 것 없는 회사원의 얘기이긴 하지만, 제약회사라는 특성상 약사의 메리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공감되는 요소가 많을 것 같습니다.
특별할 것 없이 상사의 지시를 받기도 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나를 갈아 넣는 것 모두 일반 회사원과 동일합니다. 그렇지만 일반 약사들은 아무니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고, (제약회사 오기 위해 약사들 간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다른 제약회사 직원들보다 약 전문가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제약회사의 약사는 고령화 미래사회 필수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거라 믿습니다.
아무튼 직장인으로 오늘도 지하철 인파를 헤치고 출근을 하고 있다. 회사원들 모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