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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랬구나 May 10. 2023

마흔이 넘어도 난 엄마 아빠의 막내

어버이날을 앞둔 주말,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갔다. 

어버이날이지만 철저히 우리 아이들 입맛에 맞춘 회와 치킨을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엄마 아빠와 우리 네 식구는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나는 거실 한편에 놓인 아빠의 안마의자로 갔다. 직사광선을 받으면 안마의자의 인조가죽이 손상된다고 하던데, 햇빛 잘 드는 남향 창가에 놓인 아빠의 안마의자는 인조 가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눕지 말까 잠시 생각했지만 옷은 털면 되지 하고 안마의자에 눕는다. 




아빠의 퀴퀴한 체취와 손때가 잔뜩 한 안마의자에 누워있으니 아빠 옆에 누운 기분이다. 따스하고 포근한 아빠의 품. 그런 건 전혀 아니고 일 마치고 들어와 피곤해 드르렁 코를 고는 아빠의 등짝에 기대 누운 기분이랄까. 부드럽고 포근한 그런 엄마 품 아니고, 딱딱하지만 붙어있고는 싶은 그런 아빠의 등짝.


전원을 켜고 리모컨 화면으로 띡띡띡 원하는 모드를 찾는다. 어디 보자, 수면모드가 좋겠다. 그런데 수면모드라면서 등을 롤링하는 파워가 상당하다. 이래서 어디 자겠니? 상체의 각도가 뒤로 많이 기울어진 상태로 등에서 강한 롤링이 계속되니 비명이 절로 나왔다.


"아!!!!!!!!"

나의 짧은 비명에 찰나의 틈도 없이 바로 엄마 아빠 두 분이 동시에 나를 보며 외치신다.

"왜!!??"

"너무 아파서. 헤헤"


수면모드가 의외로 많이 아프다면서 아빠는 다른 모드를 권해주신다. 이제는 좀 살만하네.




수시로 깨닫지만 자꾸 잊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안마의자에 누워 다시 생각한다. 

내가 지른 짧은 비명에 반사적으로 바로 반응한 사람은 나의 엄마. 아빠.

이제는 내가 두 분의 보호자가 되어드릴 나이 이거늘, 여전히 엄마 아빠는 불혹이 넘은 딸을 걱정하신다. 

안마의자에 누운 아이의 비명이니 그러려니 하실 수도 있을 텐데 나의 작은 한마디도 그냥 넘기지 않으신다.


울컥할뻔했는데, 나의 세 남자 생각을 하니 금세 분위기 전환이 된다.

어라, 내가 비명을 질렀는데 이 남자들 눈길 한번 안주네?  이봐요들, 내가 비명 질렀잖아요 지금. 


치킨이 맛있었구나. 

우리 집보다 훨씬 큰 TV로 주말 예능을 보니 몰입이 잘 되었구나. 

그렇지, 우리 집 남자들 집중력하나는 최고지. 

그래도 내가 진짜 위험에 처해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구해줄 남자들이라 믿으며 웃어넘겨본다.


이미지출처_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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