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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말을 거네 15

상 받아오세요

by 능선오름


분명히 훌륭한.

당대 최고의 학부에서 박사까지 마치고 혹은 외국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돌아와 건축 현업에 종사하시는 선후배 분들이 많다.

그분들 중에는 대외적으로도 유명하고 잘 알려진 건축물을 설계하신 분들도 적지 않다.

건축계에는 프리츠커 상이라는 게 있다.


1979년부터 시작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이다.

상이 사실 뭐 중요한 건 아니다.

최근에 한국영화가 K열풍을 타고 미국의 오스카상을 수상했다고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이야긴가.

우리나라는 영화건 음악이건 미국 본토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훌륭하다고 할 정도로 문화식민지란 말인가.

다만, 그 프리츠커 상 역대 수상자에 일본이 몇 번, 중국도 있었다는 건 좀 다른 이야기다.

프리츠커상 후보에 오르는 건물들이 전통건축이 아닌 현대건축들이기에 더 그렇다.

굳이 따져보면, 뭔가 현대건축스러운 건축들을 시작한 게 일본이지만 중국보다는 우리나라가 그 부분을 앞서 갔던 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현재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전무하다.



2019년

“ 국토교통부가 5월 21일 발표한 NPP사업계획에서 밝힌 ‘프리츠커 상’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프리츠커 상(Pritzker): 건축설계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건축상으로 1979년부터 전 세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시상. 총 43명 시상자 중 아시아에서는 중국 1명, 인도 1명, 일본 8명이 수상하였으며 우리나라는 아직 수상자 없음. 아울러 국토부는 “우리나라도 프리츠커 상을 수상할 수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를 배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라는 기사가 나왔다.

건축 관련자들은 이 기사를 읽고 모두 실소를 금치 못했다.

행간을 읽다 보면 마치,

우리나라 건축가들은 선진 건축을 못 배워와서 일본도 중국도 인도도 받은 상을 한 번도 못 받았다라고 읽힌다.



내 생각에는 바로 이런 방식의 사고방식이 바로 우리나라 건축가들이 프리츠커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건축은 예술 이전에 산업이다.

자본과 기술이 집중되는 일인 데다 건축주가 없는데 건축가 혼자 건축을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각종 법규의 제재를 벗어날 수 없다.

돈과 기술과 가성비와 가격 상승과 법적 규제등 등을 충복해야 비로소 허가가 난다.

물론 구청 건축과에도 미관심의가 존재하지만 그것도 규제가 우선이지 미적인 관점을 논하는 부서가 아니다.

반쪽도 아니고 반의 반쪽 건축인으로서 상상을 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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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DDP가 한창 시끄러운 시절이 있었다.

작고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자 그녀 또한 200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유명하긴 한데, 글쎄. 랜드마크라.

DDP 건물을 여러 차례 방문해 보았지만 그 건물 자체는 대단한 스케일인 건 맞다.

그러나 그 건물이 스페인의 빌바오 뮤지엄처럼 낙후된 지역산업을 활성화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당초 800억 예산으로 시작한 DDP가 5000억대로 완공되었다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건축은 반드시 건축주가 존재하고 그 건축주의 재력과 의지에 의해 구현된다.

물론 건축가가 설계를 하지만 현실화하는 건 아주 복잡한 여러 기관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프리츠커 상 정도를 받으려면 당연히 그 정도의 투자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DDP가 한국 건축가가 설계자로 낙점이 되었다면 그 정도로 예산이 초과되게, 그 정도로 건축법규를 무시한 상황으로 허가가 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는 교수님들의 의견은 ‘브랜드’를 산 거잖나 라는 말이었다.

명품 가방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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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 (15).jpg
다운로드 (16).jpg 카사 델 아구아 제주


반면에 제주에 설치되었던 물의 집이란 뜻인 ‘카사 델 아구아’는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유작으로, 앵커호텔의 콘도 분양을 위해 지난 2009년 3월 지어진 가설건축물이다.

그러나 그 건물을 방문했던 기억에 과연 이 건물이 철거를 해야 할 대상인가 싶을 정도로 소위 ‘멋진’ 건물이었다는 기억이다.

그러나 그 건물은 이런저런 구설수 끝에 철거되고 말았다.

이른바 ‘명품’도 건축주의 쓰임새에 따라 버려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풍토에서 우리나라에서 프리츠커상 대상자가 쉽게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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