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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Sep 30. 2024

16. 은호가 학폭에!

지수를 밀어내야 하는 윤영의 마음은 찢어진다. 그때, 학교에서 온 연락!

지난 이야기

15. 엄마가 죽었다. 

홀로 장례식장으로 들어간 지수. 낯선 친엄마의 죽음도 흔들리는 아빠도 지수에게는 혼란스럽다. 


윤영은 다음날 새벽 장례식장에서 홀로 돌아왔다. 윤영은 어른스러운 지수가 안쓰러웠다. 지수는 울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아버지 옆에 서 있는 지수를 멀리서 보고 돌아왔다. 힘드니 먼저 돌아가라는 그의 메시지가 그녀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그의 옆에 당당하게 있을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들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자신이 은호를 포기했다면 은호는 지수와 같은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철을 생각한다면 지수의 아버지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몰랐다. 지수의 친생모와 자신이 어쩌면 닮은 것도 같았다. 영철이 자기 자식을 외면하지 않고 책임지려 했다면 어쩌면 윤영도 은호를 영철에게 주고 떠났을지도 몰랐다. 부잣집에서 사랑받고 부족함 없이 자랄 것이라고 위안하며 모든 책임을 영철에게 넘기고 비겁한 자유를 누렸을지도 모른다. 단지 어떤 시점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고, 그 결과는 각자를 아주 다른 위치에 놓이게 했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이든 마냥 신나고 행복한 곳은 세상에 없었다.     


그날 밤 지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잘 갔어요?”

“응. 잘 보내드렸어?”

“네, 고마워요.”

“끝까지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

“충분해요.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말이 윤영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수와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는 더 깊이 서로에게 연결되고 있었다. 윤영은 그의 고백에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 그런다고 숨겨지는 마음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말할 수 없었다. 말로 해버리면 너무 염치가 없게 느껴졌다. 언제든 그가 떠날 수 있게 무엇으로도 지수를 메어놓고 싶지 않았다.      


윤영이 영철의 일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은호와의 관계가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았다. 은호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손에서 핸드폰을 떼지 않았고 집에 돌아오면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담배 냄새가 났고, 학원을 자주 빠졌고, 술도 마시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이 적응이 안 되고 걱정스러웠지만, 이전처럼 아이의 행동에 분노가 먼저 치고 들어오진 않았다. 다행히 은호도 이전보다는 불쑥 화를 내고 감당 못 할 행동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은호의 변화는 영철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철의 등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은호의 마지막 버튼을 눌러버린 것은 맞지만 은호는 이미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윤영은 그 변화를 부인하고 있었지만, 은호가 초등학교 때의 '착한 아들'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어렴풋이 알았다. 자신이 그런 것처럼 은호에게도 변화하는 자신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삶은 그런 여유를 윤영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날 학교에서 윤영을 급하게 찾기 전까지만 해도 윤영은 은호가 학교에서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렇게 믿은 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다. 술 담배를 하고 집에서 폭력을 쓸 만큼 깨져버린 은호가 학교에서 자신의 모습을 완벽히 지키고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윤영은 면접을 보러 갈 때나 입던 오래된 정장을 꺼내 입고 학교로 향했다. 이제까지는 학교로 가는 길에는 언제나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다. 은호는 모범생이었고, 선생님들의 관심과 신뢰를 듬뿍 받는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학교로 향하는 자신이 점점 작아져 닿지 않을 것 같았지만 결국 윤영은 교무실 앞에 섰다.     


- 학교폭력이요?

- 일방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방 학생이 좀 많이 다쳤어요. 은호는 괜찮아요. 지금 상담실에 있습니다.

- 많이 다쳤나요?

- 네. 안경을 쓴 학생의 얼굴을 때려서 안경이 부서지면서 눈 주변이 찢어진 것 같아요. 눈에 이상이 있는지는 검사 중인 것 같습니다.     


윤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저희도 사태를 파악 중이지만, 시비가 있었던 것 같아요. 문제는 상대편 학생과 주변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은호인 것 같아요.

- 은호가요?

- 네. 그때 있던 같은 반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은호가 먼저 가만히 있던 승현이의 필통과 책을 쳤다고 하더라고요. 승현이도 참지 않고 은호에게 하지 말라고 화를 내니 은호가 승현이를 밀치고 그러다 둘이 싸움이 난 것 같아요.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 승현이에게도 과거에 몇 차례 그랬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무시하는 말을 한다든가,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 장난인 것처럼 하면서 치고 가거나 소지품을 망가트리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은호가 무서운 형들과 어울려 논다는 소문도 있고 눈에 띄게 심했던 것은 아니라 아이들도 처음엔 좀 참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새 좀 더 정도가 심해지면서 반에서도 말이 돌았나 보더라고요. 은호가 학습 태도도 좋고 성적도 상위권인 데다 선생님들에게 매우 예의가 바른 친구여서 저희도 빨리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정말 놀랐습니다.   


  선생님의 얘기에 윤영은 완전히 길을 잃었다. 영철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싸워야 할 이유와 방향, 방법이 명확했다. 하지만 은호에 대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 은호는 뭐라고 하던가요?

- 은호는 장난이었다고 합니다.

- 장난이요?

- 네. 은호가 집에서는 별문제 없었나요?     

  

윤영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말을 해야 은호에게 해가 되지 않을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모든 얘기를 다 하는 것도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은호는 한 부모 가정의 학생입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많이 방황하는 것 같았어요. 집에 와서는 말도 잘 안 하고요.  

- 네. 저희도 좀 더 상황 파악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승현이 부모님께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나셔서 학교폭력 신고를 하신 상태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게 될 거예요. 예상으로는 경찰신고도 하실 것 같으니 그전에 은호 어머님께서 승현이 부모님을 만나서 잘 얘기를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은호의 담임선생님은 윤영 또래로 보이는 젊은 여자 선생님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도 윤영과 같은 혼란과 당혹스러움이 묻어있었다. 윤영만큼이나 이 일이 커지길 바라지 않는 눈치였다. 은호를 만나야 했다.     


다음 이야기

17. 병신새끼가 깝치니까! 

자신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은호, 윤영은 피해자 부모를 만나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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