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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Oct 08. 2024

22. 망했다

은호를 구하러 간 지수는 심각한 상황에 당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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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방황의 대가

어울리던 일진 무리에게 끌려간 은호는 집단 구타를 당한다. 그때 나타난 사람은?! 


지수는 디모토에서 새로 들어온 중고 오토바이를 수리하고 있었다.      


최근 선재 무리를 통해 알게 된 동생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울타리가 없어 깨지기 쉬운 눈빛을 가진 아이였다. 무리에서 나오고 싶어도 두려워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자신도 방황하던 중학교 시절이 있었기에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노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함께 비행을 저지르며 쌓은 소속감은 눈 깜짝할 사이에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는다. 지수가 그런 무리에  발을 넣지 않았던 것은 자신을 망치는 것이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기대를 채워주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루저라는 확고한 믿음을 사실로 만들어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 아이는 무리에서 나쁜 짓은 골라하는 선재에게 단단히 잘못 걸린 듯했다. 선재는 자신의 학교 후배지만 언제나 선을 넘었다. 그런 선재가 너무 불편했다. 자신을 이용해 혜림에게 접근하려는 것도 싫었다. 가능한 피하고 싶었지만 뜻하지 않게 자꾸 얽히게 되었다. 지수는 그를 좋게 설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어렵게 도움을 요청한 은호의 부탁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차라리 약점을 잡아 위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너 이번에 가져온 오토바이 도난품인 거 알아. 사장님에게는 아직 얘기 안 했으니까 그냥 가져가. 그리고 은호는 이제 놔줘. 그냥 범생이 같던데."      


선재가 오토바이를 훔쳐서 도색이나 튜닝을 새로 해서 다시 판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대니 형은 절대 장물을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선재도 이쪽으로 도난품을 가져오지 않았었는데, 죄를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죄인지를 망각하는 것 같았다. 훔쳤다는 것에 관한 인식도 없이 진짜 자기 것이라는 듯 튜닝을 맡겼다. 너무 당당해 지수도 속을 뻔했지만, 단톡에서 자신이 있는 것도 까먹은 채 선재가 훔친 오토바이를 자랑하는 바람에 알게 되었다. 그의 허술함이 더 한심했다. 자신이 알게 된 이상 그 오토바이는 어차피 돌려보내야 했다. 

     

하지만 선재로부터 답이 없었다.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듯했다. 선재의 단톡방에서 계속 알림이 울렸다.             

- 오늘 배신자 처단 ㅋㅋㅋ

- 선재 개빡침 

- 어디 어디

- 관전잼      


장소가 링크되었다. 지수가 일하는 가게에서 멀지 않은 재개발지역이었다. 전에 혜림과 만났던 근방 같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 통화가 되는 듯했지만 금세 끊겼다. 다시 전화하니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지수는 대니에게 얘기하고 급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공유된 장소로 갔다. 어쩌면 자신 때문에 배신자로 몰렸을 은호가 걱정됐다.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설령 은호가 아니어도 자신의 어설픈 위협 때문에 시작된 일이란 생각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자신이 선재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      

신호도 어기고 달려오니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건물 밖에 여러 대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었다. 지수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도망치기 쉽게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돌려 주차하고 조심스럽게 시동을 껐다. 헬멧을 벗지 않고 살금살금 건물 안으로 다가갔다. 열댓 명은 넘는 아이들이 두어 명씩 무리 지어 있었다. 명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선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때, 여자의 비명이 잘못 던져진 폭탄처럼 터졌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자신도 온전히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체할 수가 없었다. 지수는 헬멧을 쓴 채로 굴러다니는 각목을 집어 들고 소리를 지르며 선재 쪽으로 달려갔다.      


-야, 이 미친 새끼들아!     


모두의 시선이 지수 쪽으로 향했다. 방관하고 있던 아이들까지 지수 쪽으로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은호가 바닥에 기도하듯 엎드려 떨고 있었다. 그 앞으로 제정신이 아닌 여자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지수는 각목을 칼처럼 잡고 선재를 겨누며 말했다.   

   

- 얘들 데리고 가게 해 줘. 그럼 조용히 사라져 줄게.

- 뭐냐 이 미친 새끼는. 어디서 굴러온 개새끼가 지랄이야. 야, 저 새끼 잡아!      


선재가 쇠 파이프를 집어 들고 지수 쪽으로 달려왔다. 선재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다들 하나씩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잡고 일제히 달려들었다. 지수가 각목을 휘두르며 방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이들은 구경거리가 더 흥미진진해졌다는 얼굴로 신이 나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어떤 애들은 난장판이 된 싸움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술병을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지수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선재 무리에게 잡혔다. 지수가 은호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씩씩거리던 선재가 지수의 헬멧을 벗기려는 찰나,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에 건물 안의 아이들이 동요했다. 건물 가장자리에서 방관하던 아이 중 한 명이 깨진 유리창 너머로 밖을 쳐다보고 소리 질렀다.

     

- 씨발. 좆됐네. 짭새 떴어!     


여기저기서 욕이 터져 나왔다. 술을 마시던 아이들은 소주병을 발로 깨고 문을 찾아 달렸다. 몽둥이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도 무기를 던지고 자기들의 헬멧을 찾아들고 도망가려 했다. 거칠게 굴어도 미성년자들이었다. 두어 명이 창문으로 뛰어 달아나고 나머지들이 허둥지둥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일그러진 얼굴의 선재가 시뻘게진 얼굴로 욕을 하며 쇠 파이프를 휘둘러 대며 발악을 했다. 지수가 본능적으로 은호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자신도 가능한 한 빨리 도망가고 싶었다. 다행히 신분이 들키지 않았고 은호도 곧 경찰들이 오면 도움을 받을 거라는 계산이 섰다. 지수는 어떤 이유에서든 경찰과 엮여서 일이 복잡해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에 윤영과 경찰서에 잡혀갔었다가 겨우 풀려났는데 다시 잡힌다면 이번에는 예외 없이 부모님이 소환될 것이 분명했다. 장례식에서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아버지를 경찰서에서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은호를 두고 일어서려는 찰나, 은호가 지수의 발을 잡았다.    

 

-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경찰이 올 거라고, 곧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헬멧 때문인지 은호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사이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결국 지수도 은호와 함께 경찰서로 잡혀가고 말았다.      

지수와 은호가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은호 앞에 양복을 입은 남자 둘이 나타났다.


마치 폐가에서부터 따라온 것 같았다.     


- 은호야! 괜찮니?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은호는 말없이 분노인지 안도인지 아니면 수치심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봤다. 지수는 그 눈빛이 낯설지 않았다. 두 남자 중 다른 한 명이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하며 미성년자인 은호를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경찰을 설득했다. 하지만,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은호는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경찰에게 얘기했다.  

   

지수는 경찰과 마주 앉아 조사를 받았다. 바로 도망간 아이들 몇을 빼고는 대부분 경찰서에 함께 잡혀 와 있었다. 벤치에는 자신은 아무것도 안 했다며 툴툴거리는 아이들부터, 아직도 술에 취해 해롱거리는 아이들까지 시끌벅적했다. 소리를 지르던 여자아이는 겁먹은 얼굴로 여성 경찰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재를 비롯해 지수와 은호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아이들은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은호가 조사를 받고 있었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남자가 대답을 막거나 대신했다. 은호는 별말 없이 헬멧을 벗은 지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폭력과 협박의 과정이 담겨 있는 영상들이 몇몇 아이들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었고, 일부 영상은 이미 단톡에 올라와 공유되고 있었다. 다행히 영상을 통해 지수와 은호가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은 밝혀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한 여자아이는 가해자로 은호를 지목했고, 한편이라고 생각한 지수도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미성년자 인 모든 용의자와 가해자 그리고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연락이 갔다. 어른들이 한 두 명씩 경찰서로 들어왔다. 지수도 이번에는 아버지에게 연락이 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술이 끝나고 둘은 반대 방향으로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곧 지수와 은호의 보호자가 도착했다.          


다음 이야기

23. 나 같은 건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해

경찰서로 달려온 윤영은 피범벅이 된 은호를 발견하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거기에서 마주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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