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라도 거절입니다.
저는 훌륭해지고 싶지도 않고 강해지고 싶지도 않습니다.
알죠.
힘든 일을 겪으면서 사람은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고 겸손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전 이대로 조막손 새가슴에 그저 별 탈없이 살게 해달라고 종교도 없는데 한가위면 보름달 보고 기도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십자가 보고 기도하고 절에 가면 부처님께 기도합니다.
집에서 일하러 가는 길에 아주 큰 교회가 있습니다.
그 교회 외벽에 그에 맞게 큰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볼 때마다 당황스럽습니다.
훌륭한 말씀인데 그릇이 작은 제가 보기에는 감당 못할 말이 많이 있거든요.
한동안 "최고의 복수는 용서입니다."라고 쓰여있어서 그렇다면 나는 복수하지 않겠다는 말을 100번 정도하고
올 연말부터는 "고난이 보석입니다"라고 붙어 있어서 그렇다면 보석 따윈 필요 없다고 또 100번 얘기했다지요.
사람들은 훌륭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없이 재난처럼 밀려드는 불행을 또 어쩔 수 없이 감당하며 강해집니다.
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만한 고통을 준다고도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냥 랜덤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고난을 이겨 냈다면 유난히 강해서가 아니라 조금 적은 불행이 요행히 걸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빌고 빈다고 불행이 날 교묘히 비껴가는 특혜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불안은 다시 작은 촛불만 켜져 있어도 저를 다시 기도하게 합니다.
고난이 저를 못 보고 지나치게 해 주세요.
고난이 보석이라면 까르띠에 반지라도 거절입니다.
나의 선샤인 그대들도,
너무 성장하지 말고 굳이 훌륭해지지 말고
그저 빛나게 행복하게
상담 올 일 없게 살길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