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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May 27. 2024

락음악은 내 친구! PEACE!

요새 다시 엉덩이가 덜썩덜썩, 허파에는 바람이 숭숭 들어가고 있다. 몇 개월 전부터 8월 2일~4일 간 하는 펜타포트 락페스티벌(https://pentaport.co.kr/)에 가고 싶어서 몇 날 며칠 클릭질만 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라인업 미리 듣기를 하는 중이다. 실리카겔, 더 폴스, 터치드, 잔나비, 라쿠나와 선우정아도 좋다. Surl, 김사월, 홍이삭도 나왔으면 좋겠다.  


왜 락페스티벌은 한여름에 하는지 모르겠다. 락스피릿은 죽지 않았으나 락바디는 여기저기 달그락달그락 거린다. 사실상 2박 3일씩 온종일 하는 락페스티벌에 참여하기에는 몸뚱이가 너무 노쇠한 것 같다. 모기도 무섭고 더위도 무섭고 나의 7번 디스크도 무섭다. 캠핑은 고사하고 방바닥에서만 자도 3개월은 정형외과에 다녀야 하는 나의 골골한 허리가 원망스럽다. 고등학교 때 크래쉬(1993년 데뷔, 리더 안흥찬의 헤비메탈밴드) 공연을 보러 갔을 때도 좌석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나였는데 스탠딩 공연이 웬 말인가.  나보다 나약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남편은 가자고도 안 했는데 잘 다녀오란다. 튼튼한 아들 녀석은 음악이 시끄러울 것 같아 안 가신다고 한다. 청소년때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 혼자 다녔는데 지금도 다를 것이 없다. 3일을 다 안 가도 1일만 가도 되는데, 친구가 없어도 혼자 가면 그뿐인데 그마저 망설이는 내가 안타깝다. 


허접한 락바디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락스피릿이 죽은 것인가? 


락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한 것은 초딩 6학년이 끝나는 겨울이었던 것 같다. 롯데월드어드벤처에 갔다가 라디오공개방송을 들으면서부터이다. 롯데월드에서 놀다가 자유이용권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할 일이 없어져 때마침 하는 공개방송을 관람했다. H2O(1987년 데뷔, 1992년 보컬 김준원을 리더로 새로운 멤버 다시 활동)가 공연을 했는데 그 당시 나는 서태지보다 H2O를 좋아하는 청소년이었다. 


H2O로 시작한 락음악 사랑은 이전세대 락밴드와 그 당시 한국 밴드로 이어졌다. 산울림, 동서남북, 시나위, 백두산, 블랙신드롬 같은 옛날밴드와 유앤미 블루, 조윤 같은 마이너 한 음악가들에게 빠졌다. 그러면서 전영혁의 음악세계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미국의 60~70년대 락음악에 푹 빠졌다. 딥퍼플, 레드제플린, 롤링 스톤즈, 지미 핸드릭스, 핑크플로이드, 저니의 음악을 들었다. 고등학교에 가면서 온갖 락음악을 와구와구 폭식했다. REM, 라디오헤드, 너바나 같은 얼터너티브 락에 미치다가 섹스피스톨즈와 벨벳언더그라운드에서 소닉유스, 오프스프링, 그린데이, 구구돌스의 펑크까지 진화했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프로그레시브 락음악에도 발을 담갔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가면서 데프톤스, 레이지어겐스트머신, 린킨팍 같은 하드코어 메탈에 빠졌다.  

파리의 피에르라쉐즈 공동묘지의 짐모리슨 무덤에서

한 번씩 장기간 완전히 돌아서 듣던 밴드들이 있었다. 중학교 때 H2O의 보컬 김준원을 너무 좋아해서 엄마 몰래 콘서트를 다니고 앨범을 사 모으고 팬레터를 보냈다. 


대학교1~2학년 때는 도어즈의 보컬 짐 모리슨을 사랑했다. 모든 정규앨범을 CD로 사고,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는 루브르박물관은 안 가도 짐모리슨이 묻혀있는 피에르라쉐즈에는 갔었다. 영화와 다큐 실황음반까지 매일매일 짐모리슨의 음악에 빠져 있었다. 섹시한 그의 얼굴과 퇴폐미, 반항아적인 행보가 나의 반항기를 대리만족 시켜줬다. 물론 도어즈의 음악은, 그의 몽롱하고 낮은 저음은, 짐 모리슨의 철학적인 가사는 지금 들어도 너무 좋다. 


나는 그렇게 한 때는 H2O의 김준원을 또 한때는 도어즈의 짐모리슨을 덕질했다.  

LA의 비치에서 짐모리슨 벽화

음악은 지금도 많이 좋아하지만 내 삶의 주인공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2001년도에 영국에 다녀오면서부터 메인 자리를 빼앗겼던 것 같다. 첫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는 덕질은 빠지고 음악만 남았다.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와 이미지와 향기를 사랑하는 나는 그대로지만, 특정 대상에 대한 몰입된 덕질은 내 실제 상대를 만나며 없어졌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그때는 다시 덕질을 할까? 영감대신 영웅이라는 할머니들의 임영웅 덕질 처럼, 남친보다 BTS 같은 청소년들의 아이돌 덕질 처럼 말이다.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몇몇 락커들이 연애 감정을 대리만족 시켜 줬던 것 처럼 누군가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지나간 나의 손에 닿지 않던 연인들은 그 당시 충족되지 못한 나의 갈곳없는 열정과 애착의 욕구를 채워주었다.  


펜타포트에서 10시간씩 서서 떼양볕에 공연을 볼 마음의 준비는 아직 미흡하고, 우선은 내일 전동석의 헤드윅을 티켓팅했다. 이번 달은 예산이 남았고, 생리가 끝나 기분이 살랑거리고, 불황이라 상담이 비었으니 출격 가능이다. 음악은 이제 나를 갈아 넣을 만한 연인은 아니지만 여전히 좋은 친구다.  


나는 락음악의 30년지기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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