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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Aug 13. 2024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더라

이번 휴가에도 도서관에서 책 여러 권을 빌려 갔다. 여행을 갈 때마다 책과 노트북을 이고 지고 가지만 그대로 가지고 돌아올 때가 많았다. 그런데 매번 또 그런다. 심지어 이번에는 욕심 사납게 아들 것까지 챙겼다!


매해 여름에는 주문진 오대산 자락의 엄마네 집에 간다. 아들이 태어나고 매해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여름 여행지다. 짜구까지 해서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곳이고 무엇보다 엄마가 있다. 보통은 아들의 학원과 방과 후 수업이 방학을 하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가지만 이번에는 8월 둘째 주 엄마의 생일을 맞춰갔다. 엄마의 생일은 견우와 직녀가 만난 칠월칠석 날인데 대체로 8월 중순쯤 된다. 아들의 학원을 모두 빠진다는 것은 방학에 내가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한데 얽혀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래도 올해부터는 부모님의 생일을 직접 챙겨드리고 싶었다.


폭염은 강원도 산골도 비껴가지 않았다. 재작년까지 에어컨을  켜도 집안은 시원했는데 이제는 에어컨 없이는 힘들다. 그래도  밖으로 바로 계곡이 있어 언제든 물속으로 들어갈  있고 차를 타고 20분쯤 나가면 바다가 있어 초딩 아들에게는 언제나 가고 싶은 곳이다. 목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월요일 밤에 도착했으니 정말   5일을 보냈다.


첫째 날은 용평에서 루지를 타고 둘째 날은 계곡에서 놀고 주말은 친구네가 놀러  주문진해변에 가고 다음날까지도 계곡과 영진해변에서 함께 놀았다. 마지막 날은 모두 집안에서 퍼져 버렸는데 드디어 가지고  책을 읽었다. 나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수요일의 편지, 아들은 후추의 안개공장, 남편은 음악소설집을 봤다. 아무런 정보 없이 신작코너에서 고른 가벼운 책이었다. 호프자런의 랩걸도 가져갔는데 좋은 책인데 속도가  났다.


수요일의 편지는 수요일의 일상을 쓴 편지를 '수요일의 우체국'으로 보내면 랜덤으로 타인에게 답장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었다. 타인에게 받은 우연한 편지로 변화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주제를 확 까놓고 보여 줘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그 뻔한 주제는 잊고 살던 꿈을 다시 찾는 것인데, 우연히도 아들이 읽은 책도 유사한 주제였다. 꿈을 찾아간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축복이며 족쇄인가 보다. 나오미가 빵을 다시 만들기 시작하는 것, 히로키가 동화를 그리기 시작하는 것, 겐지로가 딸과 솔직한 대화를 하는 것이 그들이 이루고 있는 꿈이다. 내가 다시 글을 쓰는 것처럼 남편이 주 4일 만 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꿈을 이루며 산다고 해도 특별할 것은 없다. 여름은 덥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안 자면 졸리다.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태도일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그 태도에 대해서도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킨다.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한다.
남을 기쁘게 하면 나도 기쁘다.


너무 대놓고 그러라니 반발이 들었지만, 맞는 말이다.  


'남을 기쁘게 하면 나도 기쁘다'는 올해 내 생각과 꽤 비슷해 사실 공감했다. 전화와 계좌이체가 아니라, 생일에는 꼭 함께 있어 주기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지만, 그것이 내가 기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기뻐하면 나도 기쁘더라. 그게 참 맞았다. 아마 내 뾰족한 가시들이 조금은 동글해진 것 같기도 하다. 멋지고 새로운 곳, 맛있고 비싼 음식보다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사람과 소박한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더 좋다.  


 몇 년 전 새해 목표에 '불안해서 하는 필요 없는 일 줄이기'가 있었는데 그 목표를 달리 말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하기'와 같았다. 그렇게 하기 싫은 일을 줄이면서 가정의 수익은 줄었지만, 행복과 여유는 더 많아졌다.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기'는 노력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렇지 않게 사는 법을 모른다.


처음에  때는 위의 삶의 태도에 대한 얘기와 별개로 나오미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나오미는 자신의 삶에 불만족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질투한다. 그래서 수요일의 편지에 별것 없는 자기 삶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가짜 삶을 적는다. 그러면서도  편지를 받는 누군가가 자신처럼 다른 사람의 성공한-행복한  때문에 주눅 들까 걱정한다. 솔직히 행복하다는 사람의 얘기만큼 재미없는 것도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동안 브런치 인기글 대부분이 '이혼' '실패' 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대체로 행복하고  글은  행복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년째 인기글에 오르지 못했나ㅋㅋ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 보면 지지리 궁상이라 그렇게 부러운 삶은 아니지만, 아마도 누군가에게 내가 상대적 박탈감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나오미의 우려와 달리 그녀의 거짓된 성공과 행복의 이야기가 히로키에게는 동기와 희망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참 별것 없었는데 좋았다.



화요일의 감사


- 엄마의 생일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  

- 연휴기간 동안 가방 가득 싸가지고 간 책을 읽어서 감사!

- 가족들과 5일을 줄곧 함께 있으면서 누구와도 싸우지 않은 것에 감사!

- 내가 하는 대부분의 말에  옳다고 웃어주는 남편에게 감사!

- 작년보다 짜증도 덜 내고 밥도 더 잘 먹는 아들에게 감사!

-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시골 생활을 하시는 것에 감사!

- 시골에서 벌레에  번도 물리지 않은 것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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