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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Oct 09. 2024

제주도는 사랑입니다

효자 아들 둔 덕에 

8박 9일로 제주도에 왔다. 여행을 하다 오늘 감사일기를 쓰는 날인 것을 새까맣게 잊고 말았다. 다행히 12시가 되기 전에 번뜩 생각이 났다. ^^ 


개천절부터 아들의 학교 재량휴일에 이번주 수요일에도 연휴여서 아껴두었던 남편의 연차를 끌어모아 여행을 떠났다. 추석까지도 그렇게 덥더니 지금은 가을 날씨라 걷기 참 좋다. 에어비앤비로 일주일간 같은 숙소에 묵으며 집에서처럼 지내고 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오전 산책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또 한 참을 걷다 집으로 들어간다. 청소년 아들은 산책보다는 텔레비전을 좋아하니 굳이 데려가지 않는다. 어제는 비가 와서 북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아들은 카페에 가는 것은 심심하다고 합류를 거부하여 남편과 둘이 갔다.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 아들은 올해 버섯류와 해산물을 먹지 않는 대신 다른 음식은 다 먹기로 나와 합의를 보았다. 덕분에 제주도까지 왔지만, 아들에게는 그가 좋아하는 참치마요삼각김밥을 사주고 나와 남편은 해산물로 포식을 했다. 다행히 같은 해물이지만 대기업의 참치는 좋아하는 아들! 엄마가 돈 쓸까 봐 게, 랍스터, 전복, 새우 같은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오름에 갈 때도 싫다고 해서 나와 남편만 갔는데, 거기서 예쁜 노루를 만났다. 정면에서 도망도 안 가고 나를 빤히 보던 그 예쁜 눈을 잊을 수가 없다. 지난주에는 남편의 선배부부가 제주도에 사시는데 재즈 라이브 공연을 보러 가자고 해주셔서 함께 갔다. 아들은 음악 듣는 동안 자신은 뭐 하냐며 안 가겠다고 해서 숙소에 있었다. 같이 가자고 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고맙다 아들! 나중에 보니 노키즈 존이었다.     


여행을 오기 전에 각자 하고 싶은 활동과 먹고 싶은 음식을 정해서 함께 하기로 했다.  나는 북카페에 가서 책을 한 권 읽고 소감을 나누는 것과 미술관에 가서 각자 마음에 드는 자신만의 그림을 찾는 것을, 남편은 낚시와 오름 오르기를, 아들은 우도에 가서 전기자전거 타기와 루지 타기, 넥슨컴퓨터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같이 가기로 했는데... 청소년 녀석은 북카페도 오름도 다 싫단다. 미술관은 박물관을 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함께 가고 좋아하는 낚시는 이틀 연속 달려 나갔다. 여하튼 아들 덕에 여행비가 많이 줄었다. 오늘은 아들의 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우도에 가서 4시간 전기자전거를 타고 둔지봉을 가려다 길을 잘못 들어 패스하고 안돌오름과 비밀의 숲을 갔다. 비밀의 숲에서 더는 가기 싫다고 해서 안돌오름은 남편과만 갔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비밀의 숲보다 안돌오름이 훨씬 좋았는데... 청소년에게는 닿지 않는 아름다움인가 보다. 저녁은 아들 원픽인 근고기를 먹었다. 나는 고기가 별로 지만 오늘은 아들의 날이니 입꾹. 아들이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내일 아침에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했지만 귀찮다고 해서 역시 남편과 나만 가기로 했다. 엄마 아빠 조용히 데이트하시라는 아들의 큰 뜻이라고 믿고 싶다.  효자 아들 둔 덕에 부부사이가 날로 좋아진다. 

    

마담나탈리's 소셜클럽에서 제주 밴드인 사우스카니발의 공연 관람
고내봉에서 만난 예쁜 노루
우도 가는 배에서 본 바다
산책길에 본 애월의 바다

화요일의 감사 

- 아들 덕에 부부끼리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어서 감사 

- 아들 덕에 식비가 팍 줄어서 감사 

- 놀다가 연재를 늦었지만 벌금은 없어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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