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날도 쌀쌀하고 마음도 축축한 날이다. 기대했던 소설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아침부터 젖은 걸레 마냥 소파에 척 붙어 있었다. 나는 자꾸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마음을 향해 있는 힘껏 부채질을 했다. 남편의 배 위에 누워있고, 날 떨어뜨린 공모전 기업의 상품들을 보이콧하겠다며 소리 지르고, 글쓰기 스터디 동지들에게 징징거리고, 소설과 관계없는 모임의 만남을 추진했다. 그렇게 누군가의 입김으로 더는 바닥으로 떨어지지 말라고 나를 띄웠다.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예술로 생계를 잇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내 밥줄이 글뿐이었다면 나는 진즉에 굶어 죽었을 것이다. 사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밥 못 먹어 죽지는 않겠지만, 원하는 수준의 생활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불안에 배를 곯기도 전에 죽었지 싶다. 그래 나는 돈도 안 되는 글 왜 쓰냐고 뜯어말리는 가족도 없고, 올해 성공 못하면 죽음이라는 배수진 앞에 있지도 않다. 상팔자인 것이다.
라고 나를 또 어르고 달랬다.
몇 주 전부터 동네 큰 교회에 새로운 플랜카드가 걸렸는데 "야망은 사망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맙소사. 그렇다면 모든 소년들은 다 사망이라며 얼마나 비웃었는지 모른다. 같은 교회에서 몇 년 전에는 "고난이 보석입니다."라고 쓰여있어서 한동안 비아냥 거렸다. 그 보석 너나 가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에 와서 보니 야망은 사망이 맞았다. 내가 지금 슬프고 실망하는 것을 보니 나의 야망이 나를 아스팔트에 내다 꽂았다. 그런데 사망하지 않은 것을 보니 아주 다행히 야망이 그리 크지는 않았나 보다. 기독교는 아니지만 나는 야망보다 사명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랬다. 나는 등단을 하고자 하는 성공의 야망이 있지만 나의 사명은 예술가, 창작을 하는 글쟁이가 아니겠는가. 야망이 아닌 사명을 가지고 내 몸의 젖은 물기를 꽉 짜서 햇볕 좋을 때 바짝 말려 다시 내 길을 가야겠다.
화요일의 감사일기
- 야망 때문에 사망하지 않아 감사.
- 사명 때문에 오늘 다시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