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존중받고 싶다고!
내가 언제부터 욕을 했나? 남편과 둘이 부족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니, 아들이 크면서부터였다. 연애 때도 임신 때도 출산을 하고도 수년간은 욕을 하지 않았다. 아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가고부터인 것 같다. 아들을 키우면서 종종 '내가 이 정도인가? 나란 사람의 바닥이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나란 사람은 이성과 합리성이 무기인 지식인이란 말입니다.
(사실이다! 제발 믿어주길 바란다.)
누가 공격을 하면 반드시 싸웠지만, 먼저 발톱을 들어내지 않았다. 싸운다고 해도 말로 이겼지 되지도 않게 욕을 해서 상대를 누르는 양아치는 아니란 말이다. 사회생활에서 또 연애를 하면서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이성을 잃고 싸운 적이 없었다. 화가 나면 상황을 정리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상대에게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얘기한다. 무엇보다 다행히도 살면서 나를 건드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도 아무도 싸움을 걸지 않았다. 우리 문화인들은 대화가 되니까 말이다.
아들이란 짐승은 이런 것이다.
어릴 때는 계단에서 뛰지 말라고 계단 난간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하고 말하고 말하는 중에 계단에서 뛰다가 난간에서 미끄러져 머리가 깨졌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이마에는 3군데의 바늘자국이 있다. 게임은 숙제 끝나고 하는 것이라고 정했지만 이번 달에만 아이패드를 (보고된 바에 따르면) 두 번 초기화했다. 처음으로 걸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학원이라고는 운동만 줄곧 다니고 숙제 없는 영어도서관을 다니는 아들의 숙제 양은 장담컨대 정말 많지 않다! 그런 거 모르겠고 그냥 게임이 하고 싶은 거다.
그뿐이랴! 꿀과 설탕을 좋아하는 녀석은 곰돌이 푸처럼 꿀과 설탕을 퍼먹는다. 숨기면 귀신같이 찾아 먹고 없으면 마트에서 흰색 설탕을 사 와서 먹는다. 아들의 방에는 먹다 흘린 당분이 책과 바닥에 조금씩 녹아 붙어 찐득거린다. 자칫 밟으면 벌레를 밟은 것처럼 끔찍하다. 못 먹게도 하고 일정량을 조금씩만 먹자고도 했지만 다 실패했다. 큰 통 그대로 퍼먹지 말고 그릇에 담아 먹고 먹으면 개수대에 가져다 놓기만이라도 하자로 바꿨다. 하지만... 오늘은 자기 방에서 1kg 딸기잼을 숟가락으로 퍼먹다가 뚜껑도 닫지 않고 나갔다. 이번주에 새로 뜯은 잼인데 ㅠㅠ 내가 먼저 봤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늙은 짜구가 와서 반쯤은 핥아먹고 배탈이 났을 것이다. 설거지 거리는 이제야 개수대에 놓기는 하는데 왜 망한 테트리스처럼 쌓아놓는지? 유치원 때부터 얘기했다고 해도 무려 8년 째다.
아들! 꼭 그렇게까지 해야 속이 후련했냐!
말로는 당최 변하지 않는다! 칭찬 스티커 따위는 어린이집 다닐 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기본적인 생활태도가 지켜지지 않을 때 벌금을 붙였다. 주의를 줘도 줘도 먹히지 않으니 궁여지책으로 붙인 벌칙이다. 교육적으로 옳건 그르건 우리에겐 다른 힘이 없다. 젠장! 그리고 아들은 벌금이 그의 통장에서 빠져나갈 때마다 화를 낸다. 나의 멧돼지는 한 번 화가 나면 화가 사그라들 때까지 계속 소리를 지른다. 나를 향한 비난과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성토. 들어보면 말인지 방귀인지 논리도 없고 염치도 없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벌금을 부과할 때마다 화를 내고 반항을 하다 한 3개월을 조용히 수긍한다. 그리고 여지없이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도 엄마라 계속 하긴 할 건데 진짜 이성의 끈이 너덜너덜하다. 정말이지 죽빵을 날리고 싶지만, 심지어 이제는 나보다 힘도 좋다.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없고, 진짜 돈다. 이 생명체는 이성과 논리로 대적할 적이 아닌 것이다. 참고 참고 참다가 정말 쌍욕이 쇼미더머니 디스전이라도 되는 듯 술술 나간다.
문제는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발작버튼이 좀 빨리 눌리고 아닐 때도 가끔 오작동을 한다.
엄마인 나도 존중받고 싶다.
나도 너만큼 소중하거등!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는데, 내 인격이 그렇게 후지지 않았는데 어쩌다 아들에게 욕쟁이가 되었나. 다 내 부덕의 소치겠지. 착한 남편도 아들과 싸우다 쌍욕을 내뱉고 가출을 할 정도니 아들은 정녕 밀림의 사자다. 나의 노고를 나의 억울함을 알아주는 이는 그래도 그의 아빠, 나의 남편뿐이다. 정녕 그가 없었다면 난 진즉에 화병이 났거나 집을 나갔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부모인데 그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에 오늘 아침에도 나는 욕하지 않겠다며 가족 앞에서 (또) 선언을 했다.
대신!
아들이 청소년이라는 미성숙을 핑계로 나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비밀리에 아들의 주식을 하나하나 팔아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사고 투뿔 한우와 랍스터를 사 먹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남편이 꼭 함께 가자며 좋아했다. 윈윈! 자본주의의 노예인 아들이 아침을 먹다가 급하게 말했다.
엄마 그냥 욕해!
화요일의 감사
- 법적보호자, 즉 제가 미성년자 자녀의 자산 및 재산을 관리할 권한은 (아직)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