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헵시바 Oct 18. 2023

나만의 영화 별점 기준

좋은 영화지만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도 있다.


 나는 영화 평론가가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감상 완료 리스트’ 파일에 다 본 영화 제목을 넣고 평점을 매긴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감상한 영화를 쭈욱 엑셀로 적어놓았는데 적다 보니, 그냥 영화 제목만 적는 것이 심심해서 평점까지 매기게 되었다. 별점은 기존 영화 평론계처럼 별 반 개부터 별 다섯 개까지 주는데, 내 나름의 별점 기준이 있다.     



☆ : 보지 마라

★ : 볼 거리 또는 스토리가 있다.

★☆ : 볼 거리 또는 스토리가 있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 : 볼 거리도 있고, 스토리도 있다.

★★☆ : 볼 거리,  스토리도 있지만 (다시 볼) 매력은 없다.

★★★ : 볼 거리, 스토리, 매력이 있다.

★★★☆ : 잘 만들었지만 뭔가 찝찝해서 다시 보기 싫거나 매력이 약하다.

★★★★ : 잘 만든 훌륭한 영감 주는 영화. 강추

★★★★☆ : 훌륭한 영화이고, 개인적 영감도 주지만 재관람하기는 좀...

★★★★★ : 인생 영화     



 기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별 반 개 점수는 다시 보지 않을 영화들에 추가한다. 별 반 개짜리는 다시 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표시일 뿐 점수가 더 높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매긴 평점 기준으로는 별 네 개짜리 영화가 별 네 개 반짜리 영화보다 더 나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치 B+가 A-보다 낫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런 기준으로 별점을 매기는 이유는 나는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정리를 해놓으면 굳이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다시 봐서 또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다 좋아하지만 《플란다스의 개》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중간에 윤주(이성재)가 이웃집의 시끄러운 개를 목매달아 죽이는 장면을 봤을 때 느꼈던 충격과 경악감을 다신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 역시, 시대의 부조리함을 온몸으로 저항하다 벽에 부딪혀 무력해져 버린 한 어른이 현실에 발버둥 치고 있는 섬세한 사춘기 여학생을 보듬고 위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좋은 영화이지만, 영지(김새벽)가 갖고 있는 무력감이 지금 이 시절 청년들에게도 여전한 것이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아픔이 상당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와 《벌새》의 포스터.


 위의 예시들은 별 세 개 이상의 영화, 즉 별 세 개 반, 네 개 반짜리 영화들이다. 별 세 개 미만의 영화, 그러니까 별 반 개, 한 개 반, 두 개 반짜리 영화들은 내용적으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그 영화들은 추천하지도, 말하지도 않겠다.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영화들이 모두 다시 보기 힘든 영화들은 아니다. 대체로 동물을 잔인하게 어떻게 한다거나 아무리 영화여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도 별 반 다르지 않은 현실을 강하게 마주하는 내용은 좀 힘든 것 같다. 그런데 나와는 달리 이런 영화를 오히려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나의 별 세 개 반, 네 개 반짜리 영화들을 소개한다.     


김보라 감독, 《벌새》 

왕가위 감독, 《화양연화》 

봉준호 감독, 《플란다스의 개》, 《기생충》 

데미안 셔젤 감독, 《위 플래쉬》 

데이비드 핀처 감독, 《파이트 클럽》 

조 라이트 감독, 《어톤먼트》 

조나단 캐플러 감독, 《피고인》(1988)  


 적어놓고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 감독 영화가 없는 게 신기해...!

이전 06화 가볍게 와인 한 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