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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헵시바 Oct 19. 2023

건강한 인간 관계

여유를 갖고 기다리기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카페는 알바생 모두, 자신이 일하는 시간대가 고정되어 있어서 새로운 동료를 만나게 되는 일이 적다. 가끔 신입 알바생이 들어올 때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최대한 먼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린다.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타이밍을 재다가 늦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자연스레 먼저 말 걸어주길 기다렸다.

 일할 때 팁이 뭔지 묻는 친구도 있고, 매장에 흘러나오고 있는 노래를 시작으로 취향을 물어보는 친구도 있다. mbti는 처음 만난 사이에서 아이스 브레이킹용 좋은 이야깃거리이다. 가끔이지만 첫 만남에 너무 사적인 것을 묻는 사람도 있다. 어디 사세요? 출근하는 데 몇 분 걸리세요? 전공이 뭐세요? 평소에는 뭐 하세요? 일주일에 한 번만 일하신다고요? 생활 괜찮으세요? 


나 홀로 라떼 한 잔. 사람을 향한 여유가 생기면 혼자 있어도 둘, 셋씩 짝 지어가는 무리를 볼 때 외롭기 보다는 사람을 향한 애정이 생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속으로는 불편해하면서도 에둘러 말하지 못하는 내 성격상 다 답을 하게 된다. 아주 솔직히는 말하고 싶지 않으니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평소에 뭐 하냐는 질문에 ‘책도 보고 글 쓰고 싶을 때 쓰고..’ 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말끝을 흐려야 한다는 점이다. ‘글 써요.’, ‘글 씁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자신감 있어 보이니까 ‘뭐가 있나 보다, 저 사람’ 이런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 호기심은 또 다른 질문을 야기한다. 그러니 약간 자신감이 없는 말투를 해줘야 상대도 ‘아, 더 묻는 건 실례겠군’하고 화제를 바꾸거나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밉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을 향한 애정 어린 호기심에서 나오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찌 미워할 수 있겠나. 귀엽고 고맙고 훌륭하다! 그런 사람들의 기를 꺾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절히 받아주고, 또 나의 선을 적절히 알려주는 것으로 지내면 되는 것 같다. 악의를 가지고 정보를 캐내려고 하는 사람도 가끔 보이지만 그런 사람은 참 다행히도 티가 많이 난다. 신께 감사하다.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주셔서. 그들에게는 정보를 최대한 주지 않으면 된다.

 사회생활하면서 깨달은 점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나도 존중받고, 다른 사람도 존중할 줄 아는 건강한 관계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인간관계에 치열하지 않게 된 후부터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었다. 여유를 갖고 사람을 대할 때 좋은 사람을 알아봤던 것 같고, 좋은 어떤 사람 역시 나라는 좋은 사람을 알아봤던 것 같다.

 내일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어 이리 주저리주저리 쓰게 됐다. 다 쓰고 나니 뭔가 이상한데? 참,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가도 가끔 이렇게 딴 길로 새 버린다니까.


자주 만나는 교회 자매들과 함께. 셋이서 한 번도 같은 메뉴를 시킨 적이 없는 것이 재밌다. 성격도 어쩜 다 제각각!



사진.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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