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검사를 한 병원에서 일주일 뒤에 검사결과를 전화 준다고 했는데 설을 4일 앞두고 빨리 연락을 주었다.
G병원 안내데스크 여자분께서 의사선생님을 바꿔 주었다.
선생님께서 “여보세요?” 라고 하여 “아로미 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의사선생님은 깜박이도 없이 바로 말씀하셨다.
“아로미님, 유방암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 가보세요. 원하시는 대학병원이 있으면 생각해서 상담 하실 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오실 때 보호자와 같이 오셔도 되고 혼자 오셔도 됩니다. 전화 끊지 마시고 안내데스크로 돌려드릴테니 상담날짜 잡고 다시 병원으로 오세요.”
“저는 아무 때나 갈 수 있는데 내일 가도 될까요?”
“내일 원장님 검사예약이 꽉차 있는데 중간에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해드릴께요. 오전 10시 40분에 오시겠어요?”
“네.”
전화를 끊고, 마음을 진정시킨 후 1시간 뒤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 오후에 전화를 다했네.”
“응... 다름이 아니라 유방에 뭔가 만져져서 병원에 갔는데 유방암 인 거 같다고 대학병원에 가보래.”
유방암 선배인 엄마는 잠시 정적을 깬 후 “요샌 뭐만 만져져도 암이라고 진단하더라, 암이 아닐 수도 있으니 대학병원의 결과를 지켜보자. 엄마 생각엔 진료를 최대한 빨리 볼 수 있는 병원이면 좋을 거 같아. 그리고 수술 경험이 풍부한 병원이면 더 좋을 거 같구나.
아마도 수술을 해야 할텐데 암이던 아니던 입원하면 하루는 소변통도 갈아줘야 하고 보호자가 필요할거야. 생판 모르는 간병인보단 엄마가 낫지 않겠니? 엄마가 사는 천안에서 진료받으면 좋겠는데... 병원은 너가 선택하는거다만...”
“알았어. 엄마 말대로 천안에 있는 대학병원에 연락하고 다시 전화할게.”
천안에 있는 S대학병원 상담사가 전화를 받았고 유방외과로 연결이 되었다.
“제가 동네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유방암이라고 대학병원에 가보라 해서 전화했습니다.”
“네, 조직검사까지 받으셨나요?“
“네.”
“내일 오전에 진료 받으실 수 있는데 오실 수 있으세요?”
“어쩌죠... 내일 오전에는 진단받은 동네병원에서 상담받기로 하여 안 되고 오후는 가능한데요.”
“그럼 목요일 오전 어떠세요?”
“네, 가능합니다.”
“제가 동네병원에서 챙겨야 할 서류가 있을까요?”
“전화 마치면 문자로 남겨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온 진료예약과 구비서류목록이 적혀있는 문자를 엄마에게 전달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유방암 선배로써 미리 경험한 엄마는 순간순간 나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셨다.
“보험사에도 연락해서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 물어보렴. 오늘은 시간이 다 되었으니 내일 동네병원 출발하기 전 전화해서 알아보면 서류를 한 번에 뗄 수 있을 거 같구나.”
“응. 알았어.”
“너무 걱정 말고, 잘 먹고 잘 쉬고”
살면서 엄마와 가장 긴 시간 동안 전화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