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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미 Nov 29. 2024

2024년, 3년 후 두 번째로 한 유방 검사

기분: 구름(cloudy)

  한 달에 한 번 정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기전 가슴을 만져보는 습관이 있었다. 엄마가 유방암 환자였기에 나름 나만의 자가 검진이었다. 2023년 10월의 어느 날, 어? 오른쪽 가슴에 동그란게 만져졌다. 왼쪽 가슴은 오른쪽 보다는 작지만 만져지는거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했다.     


  바로 인터넷을 찾아보니 생리 후 2-3일 후에도 혹이 만져지면 이상이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1달이 흘렀고 11월에도 여전히 볼록한게 만져졌다. 특히 앉은 자세에서 더 확실히 느꼈다. 12월이 되고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방초음파를 잘 본다는 곳을 알아보았다. 3년 전 검사한 병원은 머릿속에 없었다. 새로운 곳에 가고 싶었다. 역시나 잘한다고 소문난 병원은 12월에 예약이 꽉 찼거나 우리 병원은 예약을 받지 않고 당일 선착순 접수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 당시 아르바이트도 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도 쓰고 타지로 가서 면접도 보고 바쁘게 지내고 있어 유방검사는 그렇게 해를 넘겨 2024년 1월에 했다.      


  1월 중순에 이사를 하고 집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내게 중요한 마트가 어디 있는지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 파악되고 이사 한 지 2주가 흘러 1월 30일에 예약을 받지 않는 진료 접수순으로 진료를 봐주는 병원으로 갔다. 출근 시간을 피해 오전 9시 30분에 병원을 도착하니 이미 8시 30분에 오늘 예약은 마감되었다며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다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는 말과 함께     


  태어나길 건강체질로 병원에 자주 안 가다 보니 병원은 아직 마스크 착용 의무기관인 걸 잊고 있었다. 오늘 보니 차가 막혀 30분이면 올 거리를 그리고 주차난 풍경을 보니 내일 8시 30분에 도착 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마스크를 안 쓴게 신경 쓰여 화장실에서 근처 잘한다는 G병원을 검색하여 전화를 걸었다. 


  “오늘 예약이 꽉 차 있는데 마침 10시 예약자가 취소해서 자리가 있어요. 오늘은 여자선생님이 쉬는날이어서 남자선생님이시고요. 괜찮으시면 지금 오실 수 있으세요?” “네! 지금 갈게요." 내비를 찍으니 10분 거리에 있었고 주차를 겨우 하고 10시에 도착하였다.    


  유방초음파는 해 보았는데 CT는 처음이었다. 듣기로는 기계가 유방을 누르니 아프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하... 진짜 아팠다.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1차로 CT 촬영을 하고 2차로 초음파를 보았다. 물론 여의사면 좋겠지만 환자와 의사의 만남, 즉 공적인 일이라 생각하니 남자의사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안내데스크에 있는 여자분들보다 의사선생님이 더 친절했다. 유방외과 특성 상 검사자 90%이상이 여성일테니 말투가 나긋나긋하셨다. 왼쪽 유방에서 만져지는 작은 혹은 건강한 것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오른쪽 유방에서 만져지는 혹은 초음파상으로 모양이 좋지 않아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방에만 마취 주사기가 들어가고 ‘딸칵’ 소리와 함께 총으로 만져지는 혹 부위를 떼어냈다. 마취주사만 따끔했을 뿐 조직을 6개 떼어냈을 때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초음파 검사를 할 때는 불을 끄고 했는데 조직검사 시에는 불을 환히 켜서 조금은 민망했던 기억이 난다. 마취의 힘은 대단하듯이 난 아프지 않았는데 피가 꽤 많이 났다. 방수테이프를 붙여주었는데 옆으로 다 삐져나와 집에 가기 전 새 방수테이프로 교체해 주었고 지혈을 위해 꾹 눌렀던 손가락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2-3일 후 테이프를 떼어도 된다는 말과 함께 진통제를 3일 처방해 주었다. 아프지 않으면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말에 첫째날만 약을 먹고 그 이후에는 먹지 않았다. 역시 난 건강한 체질이라니까! 첫째날에는 오른쪽 부위가 약간 뻐근하긴 했지만 잠이 드니 잘 모르고 잤다. 


  방수테이프는 2일 후 떼었는데 피가 났다. 하루 더 있다가 뗄걸... 잠옷에 피가 동글동글하게 묻어나 손빨래를 하고 외출시에는 혹시나 해서 집에 있는 밴드를 붙였다. 다행히 더 이상 피가 나지 않았지만 멍이 심하게 들었다. 멍은 1달 지나니 없어졌다.     


  검사결과는 1주일 뒤 오후3-4시경에 전화를 줄 거라는 말과 함께 은근 검사한다고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카페에 가서 평소 잘 먹지 않는 빵과 아메리카노를 시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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