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로미 Nov 24. 2024

2021년, 3년 전 처음으로 한 유방 검사

기분: 비(rainy)

  2021년, 홀수 년도에 태어난 나는 직장인 건강검진 대상해였다. 아직 40살이 되지 않아 유방검사는 내 돈을 내야 했는데 엄마가 4년 전 유방암2기 진단을 받아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건강검진은 그해 1~12월 중 아무 때나 해도 되는데 나도 그렇고 다들 사는게 바빠 미루고 미뤄 12월에 사람들이 몰렸다. 그래서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에 갔다. 대기시간만 1시간이 넘어가니 슬슬 지쳤다. 건강검진과 한 날 같이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 기다림이 더 지루했다.


  끝없는 기다림 속에 내 이름을 불렀고 여자선생님께서 유방 초음파를 봐주셨다. 이 병원이 유방 초음파를 꼼꼼히 잘 봐준다는 입소문을 듣고 옆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왔는데 진짜였다. 20분 정도 나만을 위해 진료를 해주었다. 너무 꾹꾹 눌러 갈비뼈가 아플 정도였다.      


  건강검진과 유방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병원에서 무료로 준 한 손에는 빵과 다른 한손에는 흰 우유를 받아들고 미리 찾아본 병원 근처 분식집에서 아점으로 떡볶이, 튀김, 김밥을 푸짐하게 먹으니 배도 채워졌겠다 아이쇼핑도 하고 집으로 왔다.     


  1주일이 지난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건강검진을 한 병원이었다. 검사결과를 들으러 다시 한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 추운 겨울 차도 없고 버스 기다리는 것도 싫은데... 회사에 내는 건강검진 결과서 한 장만 받아 제출하면 되는데 병원에 다시 오라니... 병원에 오지 않으면 결과지를 줄 수 없다는 간호사의 단호함에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으로 갔다. 토요일은 오전만 병원을 하며 늦게 갈수록 오래 기다려야 되기에 얼른 해치우고 싶었다.      


  ‘똑똑똑’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가니 생각했던 것 보다 젊은 여의사가 나를 맞이했다. 유방초음파에서 혹이 몇 개 보여 오라고 했다고 말한다.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추적관찰을 하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병원 가면 마지막에 항상 물어보는 단골질문인 “궁금한 거 없으세요?” 라는 질문에 난 귀찮은 듯 “네, 없어요.” 라고 말하고 나왔다. 여의사는 좋게 말하면 말투가 시크 했고 나쁘게 말하면 네가지 없는 따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인 말투로 그곳을 빨리 나오고 싶었다. 다시 안내데스크로 가서 건강검사 결과지를 손에 넣고 집 근처에서 장을 본 후 집으로 왔다.      


  유방에 만져지는 것도 없는데 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 검사를 하래? 과잉진료 아니야? 여기 믿을만한데 맞나? 처음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가서 할 걸 그랬나? 그렇게 유방초음파 검사를 3년간 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시크한 여의사 말대로 6개월에 한 번, 아니 1년에 한 번만이라도 검사했으면 2024년 1월, 유방암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스러웠다.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 암밍아웃-유방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