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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16. 2024

시절이 아프다

나는 내 편일 뿐(197)

*시절이 아프다 / 전재복



두 개의 역신이 멱살을 잡고

대라, 누구 편이냐

종주먹을 댄다


보이지 않는 시퍼런 칼날

목이 섬뜩하다

심장을 위협하는

벌건 인두

가슴이 타들어간다


내 손에 들린 건

시간의 등이나 긁어주는

나무호미 하나

풀대궁 꼬리붓뿐인데


경계 혹은 울타리 밖의 나를

도대체 해명할 길이 없다


너는 너 일 때 좋았고

그는 그 일 때 좋았다

너의 그런 점은 싫고

그의 그런 점도 싫다


서로를 인정하지 못해

적으로 돌아선

양날의 칼 앞에

섬약한 풀대궁만 진땀 흘린다


시절의 신음이 깊고도 길다.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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